[비즈니스 인사이트] 사모펀드식 잡초 제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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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몇 년간 목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최근 허리 디스크가 찢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목디스크의 근본적 이유가 골반과 허리 뒤틀림이라는 걸 알았다. 이처럼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조직 내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직접 골라 뽑은 핵심 인력이 쭉정이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자존감이 무너지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좌절할 수 없다. 자, 성과 위주의 조직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잡초’들을 어떻게 제거해야 할까?
잡초 뿌리뽑기 요령(Do’s)
기회는 일단 삼세판필자는 최대 세 번 정도 기회를 준다. 내 기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라고 뽑아서 승진까지 시켰는데 정작 성과가 망가졌다면, 위로 올라갈수록 더 필요해지는 자질에 대한 학습이나 인지가 약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리더십 트레이닝, 핵심 인재 워크숍 등의 명목으로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6~12개월 정도 집중 관리를 해본다. 그래도 안돼 ‘자르면’ 최소한 내 마음속 미련은 없다.멍청하다고 바로 자르진 말자멍청한 건 절대 못 고친다. 그런데 똑똑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약간 부족한 점은 성실함, 끈기, 신뢰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똘똘한 인력을 옆에 붙여주거나, 과제를 정확하게 주고 촘촘히 점검하면 된다. 이런 인력이 끈기를 바탕으로 경험과 덕망을 쌓으면 위로 올라갈수록 덕장이 될 잠재력이 있다.
돈 문제는 용납 안 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 자금에 손대고 법인카드를 남용하는 사람은 ‘날려야’ 한다. 푼돈이 큰돈 되고, 공사 구분이 모호해지고, 비밀이 새 나가며 암처럼 퍼진다. 부도덕하고 몰상식하고, 본인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치유 불가능이다. 보자마자 도려내라. 그리고 불시에 정기적·체계적으로 샘플 감사를 하라. 대표이사급, 영업 중역 등을 날려야 할 때 필수다.
칼을 휘두를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들 (Don’ts)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칼을 잡았을 때 최대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평가를 줘야 한다. 내 생각을 차근차근 전달하고, 듣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360도 리뷰를 이럴 때 사용한다. 다면 평가에서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객관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360도 평가를 통해 절대다수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고, 수년간 지속해 보면 방향성을 알 수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고 안 치는 무색무취라고 그냥 두지 마라조직 쇄신에서 간과하기 쉬운 제거 대상이 있다. 그냥 노는 인간들, 이른바 프리 라이더(free rider)다. 조직 문화를 다른 방법으로 갉아먹는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악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암 같은 존재다. 이들을 솎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나 밥 먹을 때나 불쑥 물어보자. 그때 대답 못하면 십중팔구는 그냥 놀고 있는 거다. 가끔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지주사의 실무자나 담당 임원에게 직접 보고를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대답을 못 하면 그 임원이 노는 거고 반대로 대표가 놀고 있는지 제보받을 수도 있다. 이른바 ‘일타 이피’다. 단, 그 과정 자체는 고통스럽다.
가정사에 큰 관심 두지 말자
이건 의견이 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돈 문제와 달리 가정의 화목함 여부는 업무 성과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좀 낮다고 본다. 필자의 경우 오해에서 비롯됐거나, 이혼을 준비 중이었거나, 경쟁자들이 만든 악성 소문의 피해자였을 사례를 종종 봤다. 다만 사내 불륜이나 직권 남용, 성추행 등 회사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철저히 원인을 파악해서 ‘잘라야’ 한다.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는 인생에서의 작은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업무에 매진하는 사람이야말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희귀한 인재다. 이런 사람은 보존할 필요가 있다.
좋건 싫건 조직 쇄신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잘해야 4월 봄날 가로수처럼 푸르른 나무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아프지만, 잘라내야 예쁜 새순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