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단장때도 손에서 책 안놔…만루찬스 같은 기회 잡았죠"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박노준 우석대 총장

운동 선수는 공부 안한다는
편견 깨고 싶어 박사학위 취득

교수 정년 65세 보장 시대 끝나
성과 좋은 교직원에 인센티브

직장인 계약학과 개설 등 추진
글로컬 역량 키우는 데 역점
박노준 우석대 총장은 “학교의 글로컬 역량을 키우고 강소 대학으로 발돋움시켜 ‘밥값’을 하겠다”고 했다. 우석대 제공
“평소에 단단히 무장하고 준비하면 기회는 꼭 옵니다. 타석에 만루 찬스가 찾아오듯 말이죠. 새로운 길을 나서는 ‘도전 정신’은 제 삶의 일부입니다.”

1990년대 국내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한 스타 선수가 대학 총장 자리에 두 차례나 올라 세간의 화제다. 경기 안양대에서 4년간 총장을 지낸 뒤 지난달 제15대 우석대 총장에 오른 박노준 총장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대학 총장이 된 사례는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박 총장은 1986년 OB 베어스(현 두산) 입단 당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투타겸업’ 선수로 활약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은퇴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 코치, 야구 해설위원, 야구단 단장 등 야구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2011년부터 우석대 교수로 강단에 서며 교육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19일 우석대에서 마주한 박 총장의 모습은 세월을 거스른 듯 건장했다. 환갑을 넘은 나이(1962년생)가 무색했다.

▷선수 은퇴 후 공부를 이어간 계기가 있습니까.

“30년 전만 해도 운동선수라고 하면 ‘공부를 안 한다’는 편견이 심했습니다. 그런 말이 너무 싫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986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2007년 성균관대에서 스포츠산업학 석사를, 2011년 호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최준영 기아 대표가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인데 도움을 많이 받았죠.”▷석·박사 취득 기간 야구계에 있었습니다.

“선수 은퇴 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매니지먼트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뉴욕 메츠에서 인스트럭터 코치도 맡았는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학업을 다시 한 셈이죠. 2001년부터 SBS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석사를 준비했고,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단장을 지낼 때도 공부를 이어가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단에 서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까.“철저히 계획을 세워서 이뤄냈다기보다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온다’는 말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경영학은 삶의 어느 분야에서든 써먹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인데 마침 경영학을 전공했잖아요. ‘이 분야로 역량을 키우고 스펙을 쌓아 놓자’고 했더니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도 있고 운도 따르면서 결국 제게 온 교육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석사를 취득한 뒤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었는데 박사 학위를 딴 뒤 우석대에서 전임교수로 임용됐습니다.”

▷평소 도전정신을 강조하셨는데요.

“기회를 잡기 위해 뭐든지 준비하는 게 도전정신이죠. 아버지가 야구 선수 시절보다 박사 학위를 보여드렸을 때 가장 좋아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아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10년간 우석대에서 열심히 교수 생활을 한 제게 안양대에서 총장 제의가 왔고 그때도 도전 정신으로 제의를 수락했습니다.”안양대는 2020년 박 총장 부임 당시 8년 동안 총장이 다섯 번이나 바뀔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여섯 번째 총장을 맡은 그는 연임까지 총 4년간 총장을 이어갔다.

▷목표가 ‘밥값은 하는 총장’이라고 하셨습니다.

“‘CEO(최고경영자)형 총장’으로 우석대에 ‘강소 대학’의 발판을 다져 놓으려 합니다. 지역이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위기에 처했지만 돌파구는 분명히 있습니다. 학생 수를 늘리고 발전 기금을 끌어오는 등 총장의 임무를 잘하면서도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원팀’으로 묶어 두세 단계 올라가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대학 내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대학교수 정년 65세를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임기 내 정관을 바꿔 65세 정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가 좋은 교직원에겐 인센티브를 주겠습니다.”

▷야구선수 시절 배운 관리법이 학교에도 통하나요.

“여러 방면의 관리가 있는데요. 야구 은사이신 김성근 감독님이 ‘관리 야구의 대명사’였잖습니까. OB 시절 김 감독은 경기 전날 밤 선발투수에게 ‘성생활도 삼가라’고 주문할 만큼 선수의 모든 것을 관리했어요. 그런데도 우승과는 연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보비 밸런타인 감독한테 좀 배우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밸런타인 감독은 선수 부인의 생일에 꽃다발까지 직접 챙겼거든요. 선수에게 명령만 하는 감독이 아니라 감동을 안기는 감독이었던 것입니다. 총장으로서 대학의 모든 것을 관리하되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아니라 ‘신상필상(信賞必賞)’의 자세로 구성원의 노력을 보상하려고 합니다.”

▷우석대의 생존 전략은 무엇입니까.“외국인 학생 유치와 직장인을 위한 계약학과 개설, 평생교육 활성화 등 위기를 타파할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석대는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이 가장 원활한 국내 대학 두 곳 중 한 곳입니다. 이미 130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이 국제교류원을 통해 입학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임기 동안 학교의 글로컬 역량을 키우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완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