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5연속 우승...우즈를 동경했던 코다,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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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 우승자불과 2년4개월 전의 일이다. 넬리 코다(26·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에게 수줍게 다가갔다. 우즈의 주위를 맴돌던 코다는 용기를 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겠느냐”라는 정중한 물음에 우즈는 “당연하지”라고 화답했다. 우즈와 사진을 찍은 코다는 “너무 멋져!”라고 외치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랬던 코다가 이제는 우즈가 떠난 나이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지난해 1월 여자선수 역대 최고 금액(연간 500만달러 이상)에 나이키와 계약한 코다는 1년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코다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런즈의 칼턴 우즈 클럽(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LPGA투어 통산 13승을 달성한 코다가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21년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이후 두 번째다.
5개 대회 연속 우승…역사상 3번째 대기록
2년 전 혈전증 수술 딛고 제2의 전성기 열어
골프황제와 사진 촬영에 세상 기뻐했는데
전설과 어깨 나란히…나이키 대표 자리 꿰차
코다는 이번 우승으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19년 만에 LPGA투어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 연속 타이기록이다. 앞서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가 최초로 달성했다. 소렌스탐은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기록을 세웠다. 두 선수 모두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설들이다. 코다가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2017년 LPGA투어에 데뷔한 코다의 전성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PGA투어 통산 6승을 거둔 언니 제시카(31)와 함께 자매 골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21년 첫 번째 코다 시대를 열었다. 당시 그는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그해에만 4승을 거뒀다.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코다는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 초까지만 해도 제시카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언니를 완전히 넘어섰다.아쉽게도 첫 번째 코다 시대는 생각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건강이 문제였다. 2022년 혈전증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라 4개월 동안 필드를 떠나면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진영(29)에게 내줬다. 허리 통증으로 2개월 정도 쉬어야 했던 지난해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코다는 “정말 힘들었다”며 “사람들로부터 ‘다시 메이저에서 우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돌아봤다.하지만 코다는 좌절하지 않았다. 정신과 육체를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이제는 자신의 우상인 우즈와 비교되는 선수가 됐다. 미국 골프닷컴은 "우즈와 소렌스탐이 페어웨이를 걸었던 시절 이래로 골프에서 이렇게 지배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회 전통인 18번홀 그린 주위 호수에 뛰어드는 ‘입수 세리머니’를 펼친 뒤 흠뻑 젖은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코다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이며 “정말 미친 듯한 몇 주를 보냈다”며 “이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