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해프닝' 웃을 일 아니네…가지 많은 하이브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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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 쌓아 올린 하이브 신사옥" 자막"BTS가 다지고 세븐틴이 쌓아 올린 하이브 신사옥."
MBC 세븐틴 출연 예고편에 BTS팬들 분노
하이브 내 권력다툼 가시화되나
민희진 "다양한 선택지 있었다" 인터뷰 재조명
민희진 전격 감사 소식에 주가 급락…사임 요구
MBC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하이브(HYBE) 신사옥 구내식당을 방문하는 예고편에 이같은 자막을 달았다가 '아미'(ARMY·BTS 팬덤명)들의 항의를 받고 결국 수정했다.지난 20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 말미의 다음회 예고편에는 유재석 등 멤버들이 하이브 신사옥 내 구내식당을 방문해 세븐틴 승관, 호시, 도겸을 만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에 'BTS가 다지고 세븐틴이 쌓아 올린 하이브 신사옥'이라는 자막이 달리자 아미들은 "지금의 하이브를 있게 한 것은 BTS"라며 해당 자막 수정을 요청했다. 마치 하이브의 성장에 BTS보다 세븐틴의 기여도가 더 큰 것으로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결국 MBC 제작진은 다음날 '세븐틴이 쌓아 올린 하이브 신사옥'이란 자막을 '멤버들을 매료시킨 신사옥 클라스'로 수정해 다시 업로드했다.BTS는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뮤직의 최고 매출을 이끌었으며, 명실공히 지금의 하이브를 있게 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세븐틴은 원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하이브가 2020년 5월 인수하면서 하이브 산하 한 식구가 됐다.
이같은 해프닝은 현재 하이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다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각각 스타를 보유한 규모 있는 회사들이 하이브 아래 레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졌지만 화학적 결합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성이 강한 레이블 간 권력다툼이 만연해 있었던 것.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발한 하이브는 BTS가 2017년 글로벌 그룹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면서 공룡 기업으로 올라섰다는 데는 업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후 쏘스뮤직(2019년)과 플레디스(2020년)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뉴진스가 속해 있는 어도어까지 2021년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합류하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의 불씨가 생겨났다.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성공시킨 민 대표의 기획력은 뉴진스의 대성공으로 날개를 달았다. '어텐션', '하입 보이', '디토', 'OMG' 등 발표곡이 모두 히트에 성공하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부상했다. 동시기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와 손잡고 르세라핌을 선보여 두 팀은 경쟁 구도에 놓이기도 했다.
'민희진 걸그룹' 뉴진스, '방시혁 걸그룹' 르세라핌이 함께 하이브의 효녀 역할을 했는데 지난해부터 중추 역할이 무게 중심이 뉴진스로 크게 기울었다. 어도어는 지난해 매출 1102억, 영업익 335억으로 하이브 레이블 중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뮤직,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뉴진스 한 팀만으로 거둔 성과다. 르세라핌이 있는 쏘스뮤직은 매출 611억, 영업익 119억으로 다소 격차가 있었다.
과거 민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다"고 자신감을 표했었던 인터뷰도 재조명됐다.
당시 민 대표는 자본을 보고 하이브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자신에게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고 IP(지식재산권)인 BTS 멤버 전원이 입대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우려를 낳았으나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엔하이픈 등 후배 그룹들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뉴진스·르세라핌 등 이른바 '4세대 걸그룹'이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처음으로 연결 기준 매출 2조를 돌파했다.
자산 규모 역시 5조원을 웃돌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뉴진스 소속사 민희진 대표가 독립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 하이브가 전격 감사에 착수하고 사임을 요구하는 등 내란이 가시화됐다.
하이브는 22일 오전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해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섰다. 이 소식에 하이브 주가는 하루 만에 7.81% 급락 마감했다. 3년만에 매출 1100억원을 달성한 어도어 소속 뉴진스가 5월 국내 컴백을 앞두고 있던 터에 맞은 날벼락이다. 감사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브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9%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하이브 측에 따르면 어도어가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사업·인사상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들이 올 초부터 경영권 탈취를 위한 계획을 실행,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는 과정에서 어도어와 하이브 사이에 체결된 계약정보 등을 임의로 유출했다고도 보고 있다.
하이브는 음악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수석 작곡가로 활동한 방시혁이 2005년 2월 1일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이후 2020년 10월 15일 대한민국 엔터 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했다.하이브 산하 레이블로는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등이 있다. 각 레이블은 독립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창작 활동에 집중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왔으나 이번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등 내분이 표면화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