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충격에 4대 금융 순이익 '털썩'

배상금 1.3조 실적에 반영

1분기 순이익 4조원 밑돌 듯
KB금융 배상액 커, 신한 1위 탈환

일회성 비용…"2분기 수익성 회복"
금리인하 지연에 마진 개선 전망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4대 은행이 1조원을 웃도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비용을 실적에 반영하면서다. 다만 ELS 배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이자이익은 고금리 효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2분기 이후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 ‘리딩뱅크’ 탈환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의 올 1분기 합산 순이익 추정치는 3조981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인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보다 18.8% 줄어든 수치다. 4대 금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 효과로 2022년 1분기(4조5870억원)부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금융지주별로는 홍콩 ELS 판매 잔액이 7조6695억원으로 가장 많은 KB금융의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전망이다. 오는 25일 1분기 실적을 내놓는 KB금융의 순이익 추정치는 1조200억원으로 작년 1분기(1조4976억원)보다 31.8% 적다. KB금융은 홍콩 ELS 배상금 9000억원 안팎을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금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인식돼 그만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26일 1분기 실적을 내놓는 신한, 하나, 우리금융도 실적이 뒷걸음질 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ELS 판매 잔액이 2조3701억원인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1조3880억원)에 비해 10.8% 줄어든 1조2377억원으로 추정된다. 3000억원 가까운 홍콩 ELS 배상금을 회계처리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ELS 배상액이 훨씬 큰 만큼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자리는 신한금융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하나금융도 2000억원가량의 홍콩 ELS 배상금을 반영하면서 1분기 추정 순이익이 9062억원으로 전년(1조1022억원)보다 17.8%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홍콩 ELS 판매 잔액이 413억원 수준이지만 카드와 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 부진 탓에 1분기 순이익이 작년(9137억원)에 비해 10.5% 줄어든 8176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JB금융 최대 실적

홍콩 ELS 사태를 비껴간 금융지주 실적은 전년보다 개선됐다. 광주·전북은행의 모기업인 JB금융은 이날 1분기 순이익이 전년(1634억원)보다 6.0% 증가한 17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JB금융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주당 105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2분기부터 금융지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 순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띨 전망이다. 실적 개선 기대에 정부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책을 구체화하면서 은행주는 5% 가까이 상승했다. KB금융은 이날 9.11% 오른 6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나금융(8.78%) 신한금융(6.11%) JB금융(4.84%) 우리금융(4.51%)도 일제히 상승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은 분리 과세하겠다”며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세액 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형/전효성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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