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스토리와 매력적 음악이 착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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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반 핸슨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섭다. 말을 걸려면 손에 땀이 주르륵 난다. 남들 앞에 서면 나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기분이 들어 불안하다. 친구도 사귀기 어렵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한국 초연
대인관계 어려움 겪는 고교생
거짓말 하나 때문에 인기 얻어
'라라랜드' 작사한 파섹 앤 폴
청량하고 섬세한 멜로디 선사
그래미 어워즈 수상작 이름값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속 주인공 에반이 학교에 갈 때마다 견뎌야 하는 두려움이다. 병명은 사회불안장애. 심하면 공황 발작, 우울증, 약물 남용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병이다.에반은 심리치료를 위해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받는다. 이 편지는 의도치 않게 동창 코너 머피의 손에 들어간다. 마약 문제와 성격 장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코너는 며칠 뒤 자살한다. ‘디어 에반 핸슨(친애하는 에반 핸슨에게)’으로 시작하는 그 편지는 얼떨결에 코너가 에반에게 쓴 유서로 오해받는다. ‘자살한 학생의 비밀 친구’라는 칭호를 얻은 에반은 친구들과 코너 가족의 관심과 애정 세례를 받기 시작한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거짓말이라는 전제가 관객의 마음을 무겁게 따라다니면서 몰입감을 자아낸다. 동시에 SNS 문화와 사람의 죽음을 각자 입맛에 맞춰 재단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까지 담겼다. 위로와 풍자를 함께 담아낸 재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압도적인 강점이다.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의 음악을 맡은 작사·작곡 듀오 파섹 & 폴이 만든 청량하고 매력적인 선율이 작품 전체를 빈틈없이 채운다. 그래미 어워즈 최고의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작품답게 15개 넘버 중 힘이 빠지는 곡이 없다. ‘웨이빙 스루 어 윈도(Waving Through a Window)’와 ‘포 포에버(For Forever)’는 에반의 순수함과 아픔이 느껴지는 섬세한 멜로디가 관객의 마음을 풍선처럼 부풀린다. ‘유 윌 비 파운드(You Will be Found)’의 웅장하고 희망 넘치는 합창이 가사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를 햇살처럼 객석으로 내리쬔다. 에반 역을 맡은 박강현의 목소리도 여리고 불안한 에반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세련된 연출까지 더해져 음악과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깔끔하게 펼쳐진다. LED 화면을 활용한 학교, 집, 정원 등 배경을 생동감 있게 채운다. SNS 화면과 친구들과의 대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웃음을 끌어낸다. 재치 있는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 군더더기 없는 연출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진 수작. 토니 어워즈 6관왕, 그래미 어워즈 최고의 뮤지컬 앨범상 수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6월 23일까지.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