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장기화…단기 물가연동채권 ETF가 대안"
입력
수정
지면A20
회수기간 짧고 금리에 덜 민감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채권 투자자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선 금리 변동 영향이 적고 물가 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물가연동형채권 ETF를 대체투자처로 고려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장기채ETF 수익률 하락세
당분간 지속…물타기 신중해야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장기채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올 들어 11.8% 하락했다.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사들이는 상품인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14.7% 떨어져 손실폭이 더 컸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 동안 두 상품을 각각 741억원, 3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물타기’로 손실을 줄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동 지정학적 불안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채 비중을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오는 26일 공개되는 미국 3월 개인소비지출(PCE)과 다음달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품으로 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물가연동채권 ETF를 꼽았다. 물가연동채권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된 물가상승률만큼 원금과 이자를 조정해준다. 예를 들어 이율이 연 1%인 물가연동채권을 1000만원어치 보유할 경우 물가가 5% 오르면 원금은 1050만원이 된다. 이자도 1050만원의 1%인 10만5000원으로 늘어난다.단기 물가연동채 ETF는 듀레이션(투자 회수 기간)이 짧아 금리 민감도는 낮으면서 물가 상승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뱅가드 단기물가채’(VTIP)와 ‘아이셰어즈 0-5년물 물가연동채(STIP)’가 대표적이다. 조수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물가연동채권 ETF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한 데다 최근 가격 조정으로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