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보조금 줄줄…'마을기업' 더 안뽑는다

정부, 목표치 절반만 채우고 신규기업 선정 중단

'지역공동체 이익' 취지와 달리
비효율·부정수급 사례 잇따르자
정부 "지원 어렵다"…예산 싹둑

보조금 대신 판로·컨설팅 집중
예비 기업은 폐기 수순 밟을듯
정부가 보조금 부정 수급, 부실 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마을기업’ 신규 선정을 중단했다. 지역주민들이 모여 법인을 설립해 수익 창출 활동을 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던 사업이다.

2011년부터 운영돼 온 마을기업은 사실상 ‘정부 보조금 타 먹기 사업’이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국회도 올해 관련 예산을 종전의 3분의 1로 대폭 깎았다. 정부는 기존에 있던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도 순차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실화된 마을기업 ‘우후죽순’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선정된 마을기업 수는 ‘0개’다. 작년 신규로 선정된 마을기업이 88개였던 것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전국 마을기업 수는 작년 말 기준 1817곳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1년(550곳)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정부는 당초 마을기업을 3500곳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정부가 발표한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 방안’은 2030년까지 마을기업 지정 목표를 3500곳으로 제시했다.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 각종 혜택이 잇따른다. 최대 3년간 1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일단 ‘예비 마을기업’으로만 지정돼도 1000만원을 받고, 새로 마을기업이 될 때 5000만원, 두 번째로 지정될 때 3000만원, 기존 마을기업이 고도화될 때 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초기에는 장점이 적지 않았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인구감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었다. 42개 마을을 돌아다니는 빵집 ‘이동점빵’(전남 영광군), 제로웨이스트 관련 유통·교통·여행·업사이클링 등 전반을 다루는 ‘지구별가게’를 운영하는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제주시) 등은 우수 사례로 전국에 소개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자립하기보다는 ‘보조금 따 먹기’가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5000만~1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해산한 공동체는 529곳(2022년 기준)에 달한다. 작년에는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역 마을기업 51곳을 대상으로 재정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절반이 넘는 29곳이 성과물·증빙자료 누락, 임의 수의계약 등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간접 지원으로 전환”

마을기업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마을기업 사업을 순차적으로 축소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마을기업 예산은 작년(7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20억원이다. 올해 예산은 모두 신규 선정이 아니라 재지정(70개), 고도화(46개)에 배정됐다. 기존 사업자에게 약속한 자금을 집행하는 데 그친 것이다.

주무부처인 행안부도 마을기업 예산을 다시 확보하는 데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신일철 행안부 기업협력지원과장은 “마을기업은 이미 양적 성장을 어느 정도 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내실화를 이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보조금 지원보다 판로 확대, 홍보 및 컨설팅 지원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는 올해도 예비 마을기업과 신규 마을기업 선정 공고를 내는 등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곳이 적지 않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줄고 신규 마을기업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제주도 내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12곳은 지정 취소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며 “기간을 유예하는 등 제도적 보호를 같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일부 지자체는 아예 국비 없이 지방비로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라남도는 ‘전남형 예비 마을기업 지원사업’, 대구시는 ‘대구형 예비 마을기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유림/최해련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