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할 땐 수돗물, 마시는 물은 사먹는 한국인들" [이미경의 옹기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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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문가가 본 한국인 '물 성향'
"한국인은 평균 1.63종의 물을 마십니다. 사람마다 두 종류의 물을 소비한다는 얘기죠. 라면 끓일 때는 수돗물, 마시는 물은 생수를 음용하는 식입니다.비르기트 콜러 브리타 워터소믈리에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은 개인화가 활발한 시장"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좋은 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생수시장 규모는 2018년 1조5738억원에서 2조6838억원으로 70.5% 급성장했다. 콜러 소믈리에는 '좋은 물'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에게 맛있는 물"이라며 "'맛있는 물'이라는 건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맛있는 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나트륨 결핍 소비자와 관련한 일화를 꺼냈다. 그는 "소비자에게 나트륨 함량이 높은 물을 권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소비자의 건강이 더 악화했더라"며 "나트륨 함량이 높은 물이 짜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물을 마시지 않아서였다"고 회상했다.
콜러 소믈리에는 "한국인의 취향 관련해선 한국소비자들이 염소에 거부감을 많이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기화합물이 함유되면 이취가 나 음용 만족도가 떨어질수 있지만 해로운 성분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콜러 소믈리에는 '좋은 물'을 '마시기 쉬운 물'이라고도 정의했다. 이어 "마시기 쉬운 물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물"이라며 "미네랄 함량과 유기화합물이 적절히 조합된 물이 맛있고 마시기 쉬운 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물 안에 어떤 물질이 들었는지 명확하게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오스민'이라는 천연 조류 대사 물질에 대해 언급하며 "이 물질은 극히 일부만 물에 포함돼도 비트 뿌리의 흙냄새 같은 퀴퀴한 맛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콜러 소믈리에는 "일반적으로 이취가 없고 미네랄이 적절하게 함유된 물을 많은 사람들이 중립적인 맛이라 느낀다"며 "중립적인 맛은 특정한 맛을 내지 않으면서 냄새가 없이 기분 좋고 부드러운 입안 감각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에 아무 성분도 첨가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쓴맛, 단맛, 신맛이 있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립적인 맛이 절대적·객관적인 것이 아니란 점도 덧붙였다. 콜러 소믈리에는 "개인의 생리학적, 또는 심리학적 상태와 문화적 배경 등 여러 외부 요인이 물맛을 인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며 "개인마다 중립적인 물맛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