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소속사 작성 문건에 '빠져나간다'…해외펀드 매각 정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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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질의서 답변 시한…해임 위한 주총 절차 2개월 걸릴 수도
민희진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 반발…가요계 "K팝 시장 변화의 단면"
하이브가 지난 22일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본사에서 '빠져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냈다. 가요계에서는 이 문건이 하이브가 감사의 명분으로 제기한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브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문건을 손에 넣은 만큼,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하이브가 찾은 '문건'…어도어 '독자 행보 모색' 입증될까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다. 이 문건은 민희진 대표의 측근 A씨가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다.
23일자 문건에는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문건에는 또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하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현재 80%인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 대표는 전날 하이브의 또 다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역시 '압박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하이브는 보고 있다.
민 대표는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러한 방법론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모아 문제를 제기해 (하이브를) 압박한 다음 궁극적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귀띔했다.
하이브가 전날 감사 과정에서 찾아낸 또 다른 문건에는 민 대표가 외부에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이면에는 '뉴진스 성공 신화'에 따른 보상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있다.
한 가요계 인사는 "민 대표가 지난해 연말 기존보다 2배가 넘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고, 하이브가 받아들일 수 없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와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 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이브는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도 나설 방침이다. ◇ 민희진, 질의서엔 '침묵'·입장문으로 '반발'…주총 소집은 언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오는 24일까지 시한으로 돼 있는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 23일 오전 현재 아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 질의서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와 외부 접촉 의혹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이브는 이와 동시에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가 18%를 보유하고 있기에, 주주총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 해임 등 경영진 교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민 대표 측이 장악한 어도어 이사회가 손쉽게 주총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하이브는 주총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주총이 실제로 열리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하이브 강조 '멀티 레이블' 체제서 첫 파열음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그간 각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을 월드 스타로 띄우며 중소 기획사에서 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체급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2020년), 이타카 홀딩스(2021년), 빌리프랩 지분 51.5%(2023년), QC 미디어 홀딩스·엑자일 뮤직(2023년) 등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멀티 레이블 체제의 기틀을 잡았다.
현재 하이브에는 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플레디스(세븐틴·프로미스나인·투어스), 빌리프랩(엔하이픈·아일릿),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KOZ(지코·보이넥스트도어) 등의 레이블이 운영 중이다.
이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톱 다운' 방식 운영보다 더 많은 가수와 음악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잠시 멈춘 2022년 이래 르세라핌, 뉴진스, 보이넥스트토어, 투어스, 아일릿 등 신인 그룹을 짧은 기간에 대거 데뷔시킬 수 있던 것도 멀티 레이블 체제의 덕이 컸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특정 아티스트·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자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하이브의 주장처럼 일부 레이블 대표가 독자 행보를 도모할 수 있다는 약점도 드러났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하이브가 80%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레이블 어도어에서 잡음이 빚어졌다는 사실은 단순 '지분 문제' 이상의 시사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시장이 변화하는 모습 가운데 일어나는 한 단면 같다"며 "단순히 '민희진 대 방시혁'의 구도로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는 대중에 부응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유사성 등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 반발…가요계 "K팝 시장 변화의 단면"
하이브가 지난 22일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본사에서 '빠져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냈다. 가요계에서는 이 문건이 하이브가 감사의 명분으로 제기한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브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문건을 손에 넣은 만큼,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하이브가 찾은 '문건'…어도어 '독자 행보 모색' 입증될까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다. 이 문건은 민희진 대표의 측근 A씨가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다.
23일자 문건에는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문건에는 또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하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현재 80%인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 대표는 전날 하이브의 또 다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역시 '압박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하이브는 보고 있다.
민 대표는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러한 방법론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모아 문제를 제기해 (하이브를) 압박한 다음 궁극적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귀띔했다.
하이브가 전날 감사 과정에서 찾아낸 또 다른 문건에는 민 대표가 외부에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 이면에는 '뉴진스 성공 신화'에 따른 보상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있다.
한 가요계 인사는 "민 대표가 지난해 연말 기존보다 2배가 넘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고, 하이브가 받아들일 수 없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와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 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이브는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도 나설 방침이다. ◇ 민희진, 질의서엔 '침묵'·입장문으로 '반발'…주총 소집은 언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오는 24일까지 시한으로 돼 있는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 23일 오전 현재 아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 질의서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와 외부 접촉 의혹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며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이브는 이와 동시에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가 18%를 보유하고 있기에, 주주총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민 대표 해임 등 경영진 교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민 대표 측이 장악한 어도어 이사회가 손쉽게 주총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하이브는 주총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원에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주총이 실제로 열리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하이브 강조 '멀티 레이블' 체제서 첫 파열음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그간 각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을 월드 스타로 띄우며 중소 기획사에서 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체급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2020년), 이타카 홀딩스(2021년), 빌리프랩 지분 51.5%(2023년), QC 미디어 홀딩스·엑자일 뮤직(2023년) 등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멀티 레이블 체제의 기틀을 잡았다.
현재 하이브에는 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플레디스(세븐틴·프로미스나인·투어스), 빌리프랩(엔하이픈·아일릿),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KOZ(지코·보이넥스트도어) 등의 레이블이 운영 중이다.
이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톱 다운' 방식 운영보다 더 많은 가수와 음악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잠시 멈춘 2022년 이래 르세라핌, 뉴진스, 보이넥스트토어, 투어스, 아일릿 등 신인 그룹을 짧은 기간에 대거 데뷔시킬 수 있던 것도 멀티 레이블 체제의 덕이 컸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특정 아티스트·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자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하이브의 주장처럼 일부 레이블 대표가 독자 행보를 도모할 수 있다는 약점도 드러났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하이브가 80%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레이블 어도어에서 잡음이 빚어졌다는 사실은 단순 '지분 문제' 이상의 시사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시장이 변화하는 모습 가운데 일어나는 한 단면 같다"며 "단순히 '민희진 대 방시혁'의 구도로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는 대중에 부응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유사성 등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