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에 단결권·교섭권 부여…공정위 "추가 논의 필요" 우려

점주 단체 등록제 및 협의 의무제 골자…'단계적 접근 필요' 주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3일 야당 단독 처리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의 핵심은 '점주 단체 등록제 및 협의 의무제'다. 우선, 가맹점주들이 구성한 가맹점주 단체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등록할 수 있는 '가맹점 사업자단체 등록제'가 신설된다.

등록된 가맹 사업자단체는 가맹 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협의 주제와 횟수 등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가맹본부는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고발 등 제재가 부과된다.

가맹지역본부에 대한 불공정행위 및 보복 조치는 금지된다.

가맹점주들에게 사실상 근로자에 준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정무위원회에서 수정안 형태로 의결됐다.

야당 의원들이 앞서 발의한 개정안들의 핵심 내용을 추려 하나의 법안을 만들었다.

야당 주도로 정무위를 통한 개정안은 이후 여당 반대에 부딪히며 법사위에 계류됐다. 이에 야당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회법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는 경우, 소관 상임위 재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난 2월에도 정무위에서 해당 개정안의 직회부를 시도했지만, 프랜차이즈협의회 등 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소관 부처인 공정위는 개정안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과정을 거쳐 입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 내용이 가맹사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 부처 및 이해관계자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다수의 점주 단체가 반복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가맹본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특히 협의 의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주 피해가 가장 많은 필수품목 지정과 관련한 협의 의무를 먼저 도입하고, 제도 운용 상황을 점검하며 점차 협의 대상을 늘려가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빈틈이 많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점주 단체 인정 기준과 협의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했지만, 법안 통과 이후 시행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하위 규정 마련도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자 단체 등록 기준이 낮아지는 경우 복수 사업자 단체가 만들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논평에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해 거대 본사의 불공정행위 및 갑질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이라며 직회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계약거래상 을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생협의 6법'의 시작"이라며 "본회의에 상정돼 21대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