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위기 부실 대응은 기본권 침해" 기후소송 첫 변론
입력
수정
청소년·시민단체 헌법소원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미흡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 첫 변론이 23일 열렸다. 청구인 측은 "정부가 세운 2030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데 현저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산업, 경제 부담 커"
헌재 "중요성 인식, 충실히 심리할 것"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 변론을 열었다.청구인 측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로 줄이기로 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 등 5개 조항이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영유아를 대리한 김영희 변호사는 "감축 비율을 40%로 정한 것은 탄소예산의 관점에서 현저히 불충분하다"며 "2050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고 그 집행을 보장하는 방법도 규정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부문·연도별 감축목표 등에 대해도 "불확실한 감축 수단인 탄소포집·이용·저장 부문의 비중을 늘렸다"며 "연도별로 얼마나 줄일지, 재원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청소년을 대리한 윤세종 변호사는 "파리협정 등 국제조약에서 합의된 바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그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제출된 2030년 감축목표는 지구 온도의 2.9도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 측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주요 선진국보다 늦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계·산업계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다수 제기됐다"고 반박했다. 또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의 연도와 배출량, 산업구조,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시작한 시기 등이 달라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변론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영유아 62명이 제기한 아기기후소송, 시민 51명이 낸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돼 하나로 병합됐다. 아시아에서 기후소송 관련 공개 변론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종석 헌재소장은 변론을 시작하면서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