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별풍선 쏜 '벗방' 큰손…알고보니 한통속 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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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신종 탈세 세무조사국세청은 이용자 실명 확인 및 소득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악용한 ‘벗방’(벗는 방송) 기획사 등 신종 탈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바람잡이' 수법으로 후원 유도
허위로 비용 처리해 세금 탈루
지방 공유오피스에 유령사업장
청년창업 稅감면 악용 유튜버도
조사 대상은 △벗방 방송·기획사 및 BJ(12건) △온라인 중고마켓의 명품 등 판매업자(5건) △부당 세액 감면을 받은 유튜버(4건) 등이다. 국세청이 벗방 방송·기획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기획사가 BJ들을 모집·관리한 후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실시간으로 옷을 벗고 신체 노출을 하는 이른바 ‘벗방’이 성행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BJ와 채팅으로 소통하며 유료 결제 아이템을 후원한다. BJ는 시청자들의 아이템 후원 금액에 따라 신체 노출, 성행위 묘사 등의 음란행위를 차등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기획사는 방송 중 시청자 실명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시청자인 척 위장하고 소속 BJ에게 수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시청자들이 경쟁적으로 더 큰 금액을 후원하도록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기획사 사주와 BJ는 시청자를 속여 벌어들인 거액의 수입으로 명품·외제차·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방송 활동 이력이 전혀 없는 BJ의 가족 등에게 사업 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 경비를 계상하고, 부가가치세도 전액 탈루한 혐의가 포착됐다.국세청은 지방 소재 공유오피스에 사업자 등록만 해 둔 채 소득·법인세 부당 감면을 받은 청년 유튜버 및 온라인 사업자의 탈세 혐의도 파악했다. 이들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서 창업하면 세금을 최고 100% 감면해주는 청년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 제도를 악용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청년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중소기업 창업 시 5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 100%를 감면받는다. 그 외 지역에선 세금이 50% 줄어든다.
이들은 감면율 50%인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감면율 100% 지역인 수도권 외 지역의 공유오피스에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전액 면제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사업을 수도권에서 영위하면서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지방에 무늬만 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부당 감면받은 소득·법인세만 수십억원에 이른다.국세청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비사업자로 위장해 고가의 물품을 판매한 후 관련 세금을 탈루한 판매업자도 적발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가의 귀금속·시계·명품 가방을 팔고 받은 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수십억원의 매출을 전액 누락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