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판대 오른 '정부 기후정책'…"탄소감축 미흡" vs "산업구조 고려"

4년 만에 첫 공개 변론

청소년 단체 등 "기본권 침해"
정부 "산업계 부담도 커" 반박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미흡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 첫 변론이 23일 열렸다. 아시아에서 기후소송 관련 공개 변론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선 이달 초 스위스 노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온실가스 1심 소송에서 유럽인권재판소가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합쳐 공개 변론을 열었다. 청구인 측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로 줄이기로 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 5개 조항이 청구인들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영유아를 대리한 김영희 변호사는 “감축 비율을 40%로 정한 것은 탄소 예산의 관점에서 현저히 불충분하다”며 “그 집행을 보장하는 방법도 규정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도 “불확실한 감축 수단인 탄소포집·이용·저장 부문 비중을 높였고 연도별로 얼마나 줄일지, 재원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을 대리한 윤세종 변호사는 “파리협정 등 국제조약에서 합의된 바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그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제출된 2030년 감축 목표는 지구 온도의 2.9도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측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주요 선진국보다 늦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계·산업계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반박했다. 또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의 연도와 산업구조, 감축을 시작한 시기 등이 달라 실정에 맞게 감축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날 변론은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영유아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 시민 51명이 제기한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돼 하나로 병합됐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