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반격 나선 중국…'저가 칩' 미친듯 찍는다
입력
수정
지면A5
첨단 반도체는 中이 뒤지지만올 1분기 중국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형태의 반도체를 981억 개 제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많은 수치다. 미국의 대중 제재 전인 2019년 1분기보다 세 배 늘었다. 23일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량은 362억 개(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범용 반도체는 미국보다 앞서
美 제재 이후 생산 3배 늘려
장비 국산화율, 벌써 50% 육박
대부분은 ‘레거시 칩’으로 불리는 범용 반도체다. 2011년 양산을 시작한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와 이전 세대 제품이다. 첨단 반도체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전 자동차 항공기 무기 등에 폭넓게 쓰인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는 범용 제품이다.
이 시장의 29%(작년 기준)는 중국 제품이다. 한국(점유율 4%)과 미국(6%)을 압도한다. 현재 1위는 대만(49%)이지만 중국이 왕좌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생산량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2027년에는 33%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제재가 첨단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범용 시장은 중국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범용 반도체 시장도 태양광, 디스플레이, 배터리처럼 될 것이란 얘기다. 최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미국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장악력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중국은 정부 지원과 광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재 직후 중국 정부는 관공서 컴퓨터를 모두 자국산으로 교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구매한 장비의 47.25%는 중국산이었다. 대표적인 회사가 식각장비 업체 AMEC다. 이 회사의 2022년 말 중국 시장 점유율은 제품별로 0~20%였지만, 작년 말에는 60~75%로 확대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반도체 장비의 80%를 중국산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하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