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에 밀려 공멸"…'석유화학 빅딜' 급부상

석화업계 합종연횡 시작되나

中 덤핑공세·공급과잉 직격탄
"兆단위 누적 손실 더 못버텨"
LG·롯데 NCC 통폐합 등 거론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마켓인사이트 4월 19일 오전 8시 20분

국내 석유화학업계 2위 업체인 롯데케미칼이 1위 LG화학에 범용 나프타분해설비(NCC) 부문을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산업이 공멸 위기에 맞닥뜨리자 업체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 사의 석유화학 일부 사업을 합치는 내용의 초기 단계 협상을 하고 있다. 양사는 범용 NCC 부문을 한 곳이 인수하거나 합작사(JV)를 세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힘을 합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놓고 실무진 차원에서 모색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댄 것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은 2019년부터 범용 제품의 완전 자급화에 성공하며 경쟁자로 돌변했다. 2010년대 50%를 웃돌던 한국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40%로 떨어졌고 올해는 30%대 추락을 앞두고 있다. 수출길이 막히자 NCC 평균 가동률은 74%까지 하락했다. 공장 가동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평가되는 70%의 턱밑까지 온 것이다.업계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지역별 중복 설비를 한데 모으는 작업부터 논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는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에 동일하게 한 곳씩의 대형 NCC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외에 SK지오센트릭, 금호석유화학, DL케미칼 등 다른 석유화학 업체도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늘린 생산 설비를 폐쇄하거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차준호/박종관/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