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부동산 정책 제동 우려, 미국 금리인하 시기 '핵심 변수'

총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차질 우려
공시가 현실화, 다주택 중과 완화 정책 등
법개정 필요한 부동산 정책 난항 예상

당분간 매매시장은 관망세 지속
교통 등 수혜지역 위주 편차 클 듯
서울은 매매가격지수 다소 상승세
美 고금리 유지 땐 침체 분위기 지속
Getty Images Bank
최근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선거 결과에 따른 부동산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총선 전과 같은 여소야대 지형이 유지돼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추진하려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중과 완화 등의 정책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금리 인하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재건축 규제 완화 무산되나

업계에선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안 중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정책이 많아서다.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두 정책 모두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과 도시정비법을 손봐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해 재건축 부담금은 면제 이익 기준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완화됐지만, 민주당이 도입한 제도인 만큼 폐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총선 전에도 부동산과 관련해 정부와 야당 간 견해가 다른 사안이 적지 않았다”며 “입법이 필요한 정책을 두고 대치가 이어지는 기존 구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로드맵은 2035년까지 공시가 비율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로드맵을 폐기해 보유세 부담을 줄일 방침이었다. 하지만 부동산공시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가 강조한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역시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당장의 정책보다는 금리 인하 여부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동 분쟁과 고유가 등으로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면 침체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시장 관망세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여소야대라는 국회 지형이 바뀌지 않아 선거 결과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여야가 공통으로 추진을 공약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수혜 지역 위주로 지역별 편차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화에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 주 전보다 0.02% 하락했다. 21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둘째 주보다 0.03%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가 소진된 이후에는 저가 매물을 기대하며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규모 선호단지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서울 매매가 상승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매수 문의가 잇따르며 호가도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치구별로 마포구가 0.08%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는 -0.02%의 변동률을 나타냈지만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GTX-A노선 2개 역이 개통될 예정인 고양시 덕양구(0.10%)와 GTX-C 연장선이 논의되고 있는 오산(0.11%) 등이 대표적이다. 덕양구 행신동 SK뷰1차 전용 104㎡는 지난달 6억65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직전 거래(5억9500만원)보다 7000만원 올랐다.

○봄 분양 본격화…지금이 기회

총선 이후 건설사가 본격 공급에 나서면서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치솟는 게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청약과 더불어 준공 10년 내 아파트와 분양권, 입주권 등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에 2만4899가구(일반분양)가 공급된다. 올 1분기 전국 일반분양 물량이 1만 가구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관건은 분양가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3월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862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보다 5% 가까이 올랐다. 서울은 3.3㎡당 3801만원으로 조사됐다.

신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다 보니 기존 분양권을 구입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은 전국에서 9500건이 손바뀜했다. 직전 분기보다 4% 증가한 수치다.

초기 자금이 부족하다면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권 팀장은 “청약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나뉘어 있어 초반 자금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며 “분양가 상한제 단지를 살펴보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달 공급될 수원시 이목동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더리체(2512가구)와 오산 탑동 오산세교한신더휴(844가구) 등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