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이디어 '톡톡'…부산 골목상권 뜬다

소외지역 상권에 마케터즈 투입
SNS 통해 홍보·유튜브 제작 등
점포 상당수 매출 급증 '맹활약'

팀당 4~5명 올해 60개팀 활동
대학 학점인정 제도도 추진 중
지난해 열린 대학생 골목상권 마케터즈 발대식.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운영하는 ‘대학생 골목상권 마케터즈’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생들이 SNS를 통해 골목 상점을 홍보하고, 라이브커머스 방송 등을 하는 활동으로, 상점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부산시는 대학생 마케터즈를 활용한 추가 사업 구상에 나섰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골목상권 마케터즈가 활동한 ‘골목상점’ 가운데 25곳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을 공개한 27곳 중 상당수가 큰 효과를 본 것이다. 기장군 한 공방의 월 매출은 대학생 마케터즈 투입 전보다 252% 늘어났고, 부산진구의 한 떡볶이가게도 150%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2022년 사업에서도 대학생 마케터즈가 활동한 점포 42곳 중 36곳의 매출이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30% 이상 매출이 늘어난 점포는 30곳이었고, 네 곳은 두 배 넘게 매출이 증가했다.

부산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 주변의 소상공인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대학생 골목상권 마케터즈를 뽑았다. 대학생들은 상권 특성에 맞게 ‘맛집 지도’를 제작하거나,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기획 및 제작했다. 골목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과 굿즈를 제작하는 활동도 했다.

연간 투입 예산은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약 60%는 대학생에게 집행된다. 팀은 대학생 4~5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활동비(33만원)와 재료비(36만원) 등을 받고 6개월가량 활동한다. 작년에는 55개 팀이, 올해는 60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부산시는 인구 고령화로 골목상권이 활력을 잃고 있다. 중장년과 고령층 위주로 상권이 돌아가다 보니 새로움이 사라져가는 게 문제였다.

대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상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운대구 수비벡스코 상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비벡스코 상권은 아파트와 고가도로로 가로막힌 곳으로 상권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4명의 대학생 마케터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력 70년의 슈퍼마켓, 40년 만물상, 노포 맛집 등을 홍보했다. 골목상권을 나타내는 로고도 제작했다. 수비벡스코상권 상인모임은 이 로고를 상표로 등록하고 비닐봉지와 앞치마, 입간판 등에 부착했다. 골목상권의 유동인구는 대폭 늘었고, 점포도 기존 29곳에서 38곳으로 증가했다. 박선희 수비벡스코상우회장은 “외부에서 오는 손님이 늘면서 골목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덕을 크게 봤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마케터즈와 함께 상권별 특성을 강화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수비벡스코상권은 유동인구를 더 늘리기 위해 점포별 프로모션을 지원한다. 송정서프빌리지 상인공동체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한 상권 홍보 프로그램을 제작해준다.지·산·학(지자체 산업 학교) 협력 프로그램과 연계해 대학생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시 관계자는 “마케터즈가 소외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해양레포츠, 교육, 맛집 거리 등 상권별 특성을 살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