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로 쏠린 스타트업 마중물…女 창업자에 혹독한 '투자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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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대표 업체, 1분기 230억 유치여성 창업자가 세운 스타트업들이 투자 혹한기 찬바람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영역에 투자가 쏠려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콘텐츠·커머스 분야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뎌진 영향으로 분석된다.24일 스타트업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가 올해 1분기 벤처투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대표인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230억5000만원이었다. 이 기간 전체 투자 유치액의 2% 수준이다. 중·후기 투자는 한 건도 없고 전액 초기(시리즈A 이하) 투자였다.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곳은 알고케어(150억원)가 유일했다.주요 여성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거나 후기 단계에 진입했더라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엔 전체 여성 스타트업 투자에서 중·후기(시리즈B 이상) 투자 비중이 17.8%였다. 하지만 2022년엔 8.5%, 2023년엔 7.9%로 쪼그라들었다. 스타트업레시피는 “투자 경색이 시작된 후 시리즈B를 넘긴 여성 스타트업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며 “지구인컴퍼니, 생활연구소, 퍼블리 등 유망했던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 소식이 1~2년째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 투자액의 2% 수준에 불과
시리즈B 이상 비중도 8% 그쳐
패션·콘텐츠 등 성장 둔화 영향
AI 등 기술 분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이 분야 창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스타트업들이 더 이상 회사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분기 벤처투자를 분석한 결과 AI, 제조, 헬스케어에 자금이 몰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제조 기반 기술 기업들이 큰 투자를 받았다”고 했다.
반면 여성 스타트업은 패션, 콘텐츠, 커머스 등에 쏠려 있다. 누적 투자금 기준 여성 스타트업 상위 100곳의 업종을 분석한 결과 패션·뷰티 분야가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콘텐츠·소셜 13곳, e커머스 11곳, 식품 10곳 순이었다. 투자 혹한기 여파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맞은 업종들이다.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 결정 자체에 신중해져 여성 스타트업들의 타격이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투자심사 인력 1597명 중 여성은 236명(14.8%)뿐이다. 여성이 대표인 VC는 216곳 중 8곳(3.7%)에 불과하다. 피치북은 “투자사들이 여성 창업자에겐 ‘리스크’ 요인을 묻고 남성 창업자에겐 ‘성장’ 요인을 질문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술 역량을 개발하고 관련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상위 10개 대학 여학생 비율은 50%인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가 전공인 여학생은 21%밖에 안 된다. 테크 분야 여성들의 리더십 개발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걸스인텍코리아의 이현승 지부장은 “여성 창업가들이 기술 분야에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동시에 이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