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김포 대형상가도 80% 공실…한집 건너 한집 경매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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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늪에 빠진 신도시지난 23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청라스퀘어7 건물 외벽에는 ‘반값 임대료’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1~2층 상가는 70%가량 비었고, 3층 영화관만 정상 운영 중이었다. 건물 2층에서 가게를 하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임차인이 하나둘 떠났다”며 “일부 임대인은 관리비만 내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상업시설…골칫덩이 전락
건물 외벽엔 '반값 임대료' 현수막
임대인 일부 "관리비만 내고 쓰라"
"고금리 시대, 상가로 수익 어렵다"
검단 아파트 단지내도 대거 미분양
김포 7억 1층 상가 4년째 공실
못버틴 임대인들 경매시장으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고금리와 공실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2~3년간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많이 공급한 수도권 택지지구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수익을 내기는커녕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한 임대인은 분양가 이하로 손절매하거나 경매행을 택하고 있다.
◆얼어붙은 거래…눈물의 경매행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 김포 구래동에 들어선 김포한강듀클래스도 1층 상가 51개 중 48개가 공실이다. 2022년 분양 당시 서북부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인 데다 김포 콤팩트시티 개발 소식까지 전해져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작년 준공 이후 공실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올 들어 거래량이 반등한 아파트와 달리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작년 9만5788건으로, 2년 전(24만8987건)보다 61% 감소했다. 김포 B공인 관계자는 “작년 7월 이후 임대인이 분양가(2억원)보다 5000만원 정도 싼값에 급매로 내놨는데도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고 말했다.‘거래 가뭄’ 현상이 길어지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임대인은 경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경매로 나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포 장기동 C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66㎡ 1층 상가는 분양가가 7억원이었는데 4년째 공실 상태”라며 “임대인도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행사도 코너에 몰린 건 마찬가지다. 한때 ‘상가의 꽃’으로 불리며 분양 흥행을 보장하던 아파트단지 내 상가조차 미분양이 나온다. 상가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춰도 분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경기 광주에서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땐 3.3㎡당 5000만원에 분양해도 계약이 수월하게 이뤄졌는데 요즘은 3000만원으로 낮춰도 초기 계약률이 10% 미만”이라며 “고금리 여파로 상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짜 투자처? 이제는 ‘골칫덩이’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데는 과잉 공급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상가와 더불어 경매 단골로 자리 잡은 지식산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저층부에 상가, 창고시설 등을 들이고 고층부에 오피스를 둔 아파트형 공장을 뜻한다. 부동산 호황기엔 대출 규제, 전매 제한 등을 피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감정가의 반값 이하여도 찾는 사람이 없다.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97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82.7%(808곳)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2022년 403건에서 지난해 688건으로 70.7% 늘어났지만, 낙찰률은 45.0%에서 28.9%로 뒷걸음질 쳤다.경매 시장에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금리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경매 물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경매락 대표도 “상업용 부동산은 대부분 투자 수요여서 공실 상태인 물건을 싸게 사도 손해”라면서도 “직접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했다.
김포=심은지/인천=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