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제방 부실시공' 현장소장·감리단장 중형 구형(종합)

"무단으로 제방 훼손해 무고한 시민 14명 사망"…각 징역 7년6개월·6년
현장소장 혐의 전면 부인, 감리단장은 눈물로 선처 호소…내달 31일 선고
14명의 사망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 책임자들에게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24일 청주지법 형사5단독(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사 현장소장 A(55)씨와 감리단장 B(66)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7년 6개월,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오송 참사는 피고인들이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기존 제방을 훼손하고 장마에 이르러 법정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임시제방을 급조해 무고한 시민 14명이 사망한 인재"라며 "장마 전에 임시제방을 설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었음에도 피고인들은 이를 무시한 채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 발생을 이유로 제방 축조를 늦췄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공사 발주청 등에 시종일관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거나 하위 직원들을 시켜 증거를 위조한 점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구형된 7년6개월은 현행법상 최대 형량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A씨 등은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제방을 축조했다는 책임을 숨기기 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다. A씨 측 변호인은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통해 허가를 받지 않고 제방을 절개한 것은 행정상 착오였고 철거 또한 설계도상 불가피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 등은 섣불리 제방을 건들면 우기에 수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관계기관 협의 없이 임의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고 재판과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설계도에 따라 성실히 공사에 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혐의를 인정한 B씨는 "유족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책감으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어떻게든 살아서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구차한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처를 베풀어주시면 마지막까지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5월 31일 열릴 예정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국무조정실은 사고 13일 후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서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국무조정실로부터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이후 수사본부를 구성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 200여명을 불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을 받은 A씨 등 2명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사고 책임자 28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