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 왜 월세 비싼 '1층'에 있을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과거처럼 오가다가 들르는 무작위 고객 줄어
온라인·앱으로 미리 보고 약속 잡는 고객들

2층 이상 상가, 월세 아끼고 개인적 상담도 가능
"일감 줄어들고 수익성 낮아져…비용 줄이고 경쟁력 키워야"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모습. 사진=한경DB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거래가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입니다. 실제 지난달 1248곳의 공인중개업소가 휴·폐업했다고 합니다. 전국 중개업소 수는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폐업한 중개업소는 1129곳, 휴업한 중개업소는 119곳이었습니다. 폐업 업소는 전달(1057곳) 대비 약 6.8% 증가했습니다. 새로 개업한 업소는 1024곳으로 전달(890곳)보다 약 15% 늘어나긴 했지만 휴·폐업 업소 수(1248곳) 보다는 적었습니다. 신규 개업 업소는 협회가 개·폐업 현황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고 합니다.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라지만, 대부분 상가 1층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부동산들은 그 비싼 월세를 내면서 1층을 고수하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1층 상가 분양가를 100 정도라고 봤을 때 2층은 1층의 30~40% 사이에 분양이 되고 3층의 경우에는 다시 2층의 60~80%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됩니다. 최상층을 제외하고 5층 이상부터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비슷하다고 판단해 유사한 금액으로 책정이 되곤 합니다. 분양가는 자연스럽게 매매가격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부동산은 1층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1층의 상가가 주목도나 접근성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고객들이 찾아오기에도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장점들이 반영돼 1층 상가의 가격은 2층 이상 상가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보통 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하면 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합니다. 문을 닫는 건 최후에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중개업소 또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바로 2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은 무작위 고객(random customer)들이 갑자기 방문하는 경우는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큰 요인은 온라인과 어플리케이션(앱)의 발달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부동산 매물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나 앱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고객이 개업 공인중개사와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합니다. 허위 매물의 문제도 꽤 발생하기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검색이 된 매물들이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약속을 잡습니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 임장하고 계약이 진행되면 그때야 중개사무소를 방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객들이 중개사무소를 방문하는 목적을 생각하면 2층 이상이 나을 수 있습니다. 1층보다 비교적 넓게 구획된 2층의 사무실이 더 좋습니다. 최근 고객들이 중개사무소를 방문하는 경우 계약서를 쓰거나 투자 상담할 때입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데 뻥 뚫린 1층에서 얘기하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계약서를 쓸 때도 매도자와 매수자 측이 모두 방문하고 심지어 대출이나 법무사무소에서도 옵니다. 넓은 공간이 오히려 불편하지 않습니다. 투자 상담할 때도 조금 넓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편안한 환경이 조성되는 곳이 좋습니다. 계약과 상담을 제외한 부동산의 나머지 업무들은 온라인이나 중개사무소 밖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고객상담은 개업공인중개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바뀌는 중입니다. MZ세대들은 대부분 구입하려는 아파트에 대해 잘 알고 방문합니다. 이미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단지 현재 자기의 판단이 올바른지 여부입니다. 지금 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A아파트와 B아파트 중 어떤 아파트가 나에게 잘 맞는지 등을 궁금해합니다. 디테일한 궁금증은 시간이 조금 필요한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문제입니다. 중개업의 수익성은 저하되고 있습니다. 개업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 개편안은 2021년 8월에 발표돼 현재 적용되고 있습니다. 0.9%였던 최고요율은 0.7%로 0.2%p 낮아졌는데 현장의 중개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거의 반 정도로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고 느낀답니다. 그동안 공인중개사들 개업도 늘었고 경기침체로 거래가 줄어 어려움이 가중된 원인이 크다고 보입니다.앞으로 공인중개사들의 영업상황이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보장해 현행 2년의 임대차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4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통해 확보했던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도 거의 절반이 줄었습니다. 2023년 국내 인구 이동률은 12%로 상당히 높습니다만 과거 15% 수준과 비교하면 떨어졌습니다. 인구의 이동이 적다는 것은 중개영업에는 치명적입니다. 한 곳에 눌러앉아 오래 살면 그만큼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보수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업공인중개사가 단지 내 상가 1층의 월세를 감당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렇다면 2층 또는 3층의 저렴한 월세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적절한 영업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한 사무실을 사용하는 합동사무소가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나 학계에서 희망하는, 부동산중개법인이 대형화로 가는 과정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합니다.

2층 이상에서 개업해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면 그 줄어드는 비용만큼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클 것입니다. 비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를 줄인다면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닌 ‘제 살 다이어트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화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넓은 범위의 다양한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1층에 있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부터 능력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2층에서 개업하고 2층 부동산을 찾아다니는 고객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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