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판매 '급감'에도…LG이노텍, '고환율'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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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기대감에 11%대 '상승'…하루만에 시총 5160억원↑LG이노텍이 불을 뿜었다. 환차익에 따른 호실적 기대감에 덕이다. 장마감 후 나온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더 개선될 전망과 함께 현재 주가가 저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매출액의 80%' 아이폰 수요 줄어도 고환율에 '환차익' 수혜
고환율·판매 상승 지속 전망…"주가 상승 여력 47% 남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이노텍은 11.65% 상승한 20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4304억원에서 4조9464억원으로 5160억원이 불었다. 올 초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주가는 18만100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이번주 들어 15.2% 뛰며 다시 20만원대를 회복했다.실적 발표 직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상향돼왔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 달전 영업이익 추정치는 1195억원이었지만, 23일 기준 1381억원으로 약 186억원 증가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실적은 상향된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다. 전날 장마감 이후 LG이노텍은 1분기 영업이익이 17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난 수치다. 컨센서스보단 27%가량 많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 줄어든 4조3336억원으로 집계됐다.
호실적의 배경은 환율 상승이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80%가량이 애플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에서 나온다. 작년 9월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의 올해 1분기 출하량은 부진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LG이노텍이 애플 등으로부터 받은 달러의 원화 기준 가치가 커졌다. 전날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69.2원으로 올 초 대비 5.3% 상승했다. 이달 16일엔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1305.48원 수준이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려대로 올해 1분기 아이폰의 수요 및 출하 흐름이 부진했다"면서도 "카메라 모듈의 혼합 평균 판매단가 상승, 긍정적인 환율 효과 등이 수익성 개선에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 안에서 광학 솔루션 부문(카메라 모듈)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며 "애플의 스마트폰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아이폰 프로맥스 및 프로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 구성(믹스)이 긍정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하반기까지 호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스마트폰에 탑재될 카메라 화소 수가 상향되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율도 최근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작년보단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가 측면에서는 오는 6월 애플이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단 점이 호재다. 하반기 출시될 새로운 아이폰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로 전년비 7.73% 늘어난 8950억원을 제시했다.
김록호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해 실적에 대한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반기 실적 모멘텀까지 우직하게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