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라리 잘됐다" 퇴사 간보는 MZ직원들…한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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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90년대생도 희망퇴직…최대 18개월치 위로금창사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국전력이 입사한 지 4년 밖에 안된 저연차 직원들로부터도 신청을 받기로 했다. 막대한 적자로 회사 분위기가 처지자 근무 의욕을 잃은 젊은 직원들을 미리 내보내는 쪽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최첨단 반도체의 보급으로 전력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때에 젊은 인재의 이탈이 한전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30일부터 접수…130~150명 규모
2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3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한전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며 창사 이래 두 번째다. 총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꺼내든 고육책이다.입사 3년차 미만·임금반납 미동의자를 제외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30~150명 수준에서 신청을 받을 방침이다. 400여명일 것으로 예상됐던데 비해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신청 대상이 4년차 젊은 직원까지로 넓어졌다. 입사 4년차면 1990년대생들이 대부분으로, 1990년대 후반생도 적지 않다.
희망퇴직은 근속연수가 긴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게 일반적이다. 고연차일 수록 연봉이 높아 재원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젊은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이직 스터디'를 꾸려 이직을 준비할 정도로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상태"라며 "회사 측도 근로 의욕이 없는 직원들을 계속 품고 가느니 이 참에 내보내자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신청자가 몰리면 회사는 전체 인원의 80%를 근속 20년 이상인 직원으로 채울 방침이다. 20년차 이상인 직원이 120명 넘게 신청하면 4년~19년차 직원들은 30명까지만 희망퇴직이 가능한 셈이다. 한전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희망퇴직 대상자 30명에 뽑히려 노력해야 하느냐"라는 자조가 나온다.희망 퇴직자는 연차에 따라 3~18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는다. 한전은 앞서 임직원 80% 이상이 성과급 반납에 동의해 위로금 재원 120억여원을 마련했다. 희망퇴직자로 선정되면 오는 6월15일 퇴직처리 된다.
일부에서는 젊은 인재 유출이 한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전력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계획이 발표되는 등 전력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데 젊고 우수한 직원들이 떠나면 전력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