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스토리의 보루' 도서정가제에 생기 불어넣어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나는 평소 독서를 즐겨한다. 특히 우리 정서에 맞춰 우리 글로 쓰인 책은 지혜를 전수하고 사회를 기록하는 공공재적 가치를 지닌다. 세계에 K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책은 K스토리의 원천으로서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핵심 콘텐츠다.

이렇듯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저자와 좋은 책을 선별해 출간하는 출판사, 다양한 종류의 책을 고루 판매하는 서점,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존재하면서 각자의 기능을 건강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건강한 도서 생태계를 조성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바로 도서정가제다.1990년대 이후 대형 할인매장, 온라인 서점의 도서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며 소규모 출판사와 중소 서점이 많이 폐업했고 국내 출간 종수도 대폭 축소됐다. 이는 곧 독자들의 도서 접근권 제한으로 직결되기에 2003년 도서정가제가 도입됐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 설립 건수, 발행 종수, 지역 서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약 21년이 지난 지금, 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도서정가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환경 변화에 맞춰 세부적인 사항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제5차 민생토론회에서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의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웹툰과 웹소설의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한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웹콘텐츠 산업은 온라인 유통을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제작돼 전통적 간행물과는 생산 및 유통 구조 등에서 매우 다른 속성을 띤다. 또 작품의 생산과 소비 주기가 짧아 지속적인 노출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허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왔다.이에 정부는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를 통해 다채롭고 적시성 있는 프로모션이 가능하게 해 웹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정가’를 기준으로 인세를 지급하는 일반 출판계약과 달리, 실제 판매 가격과 연동되는 ‘순매출’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사례가 다수인 웹콘텐츠 연재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고자 한다. 즉,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한 할인 및 판매 촉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때는 사전에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 창작자 보호 조항을 함께 담았다.

다음으로, 지역 서점 할인율을 유연화한다. 그동안 도서정가제와 관련해 많은 국민의 지속적인 완화 요청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 서점의 도서 할인율을 유연화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이 책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책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에 정부는 책 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역시 계속 높여나가고자 한다. 다양한 독서 유인책을 제공하고 가정, 학교, 마을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독서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 도서정가제 개선 정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도서 생태계에 생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서 책 읽기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