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서 '제2의 피프티' 노렸나…'민희진의 난'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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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마련→뉴진스 이적→어도어 매각 모의 정황…'아일릿 카피'는 명분이었나
하이브, 민희진 치고 뉴진스는 보호 '투트랙'…멀티 레이블 전략 유지될 듯
하이브가 25일 자사회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의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뉴진스의 계약 해지 등을 논의한 물증을 확보하고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하이브가 공개한 대화록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민 대표 측이 기획한 '제2의 피프티 피프티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교체하고, 뉴진스는 보호한다는 '투트랙' 기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민대표 측은 하이브의 중간 감사 결과에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카톡에 담긴 '경영권 탈취' 모의…민희진은 "대박"
25일 하이브가 공개한 어도어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권과 소속 IP(지식재산권) 뉴진스를 빼내려 한 정황이 카카오톡 대화에 담겼다.
A 어도어 부대표는 "이런 방법도 있다"며 ▲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 권리 침해 소송 진행 ▲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 적당한 가격에 매각 ▲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 + 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민 대표가 하이브 측에 약속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을 행사해 현금을 확보한 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와 권리침해소송을 벌여 계약을 해지하는 수순인 셈이다.
어도어에는 현재 뉴진스 한 팀만 소속돼 있어 멤버들이 소송을 통해 빠져나간다면 말 그대로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
민 대표 측은 이후 풋옵션 행사로 확보한 현금에 재무적 투자자를 구해 적당한 가격에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다시 사들이려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민 대표 측은 뉴진스와 어도어 모두를 하이브로부터 빼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민 대표는 이러한 방안에 "대박"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대화록에는 민 대표가 '대박'이라는 단순 호응 이상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협의했는지 등은 나와 있지 않다.
하이브는 그러나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 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민희진)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 피프티 사태 10개월 만에 결국 또 탬퍼링?…뉴진스 선택은
하이브 중간 감사 결과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어도어 경영진 사이에서 '아티스트(뉴진스)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이 논의됐고, 이를 토대로 회사를 '빈 껍데기'로 만들려 했다는 점이다.
어도어의 핵심 자산인 뉴진스를 빼내겠다는 것으로, 멤버들은 2022년 7월 데뷔해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
모회사인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른바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을 시도하겠다는 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 대표는 지난 22일 감사 착수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부모)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혀 멤버들과 그 부모들도 민 대표와 상당 부분 공감을 이룬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민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가 하이브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상의 전략에는 '권리침해소송'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는 불과 10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사회적 파장을 낳은 이른바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는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는 기각됐고, 키나 홀로 복귀한 상태다.
한 가요계 인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결국 탬퍼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민 대표의 성격에서 비롯된 하이브와의 불화와 보상에 대한 그의 불만 등이 이번 사태의 복합적으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가요계는 보고 있다.
뉴진스가 소속사를 떠나려면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받아들여지거나, 어도어가 선제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하이브, 조만간 뉴진스 접촉할 듯…멀티 레이블 체제 앞날은
하이브가 감사에 착수하기 이전부터 증권가와 가요계에서는 어도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이브 역시 이러한 가운데 정보와 제보를 입수하고 내부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날 감사 중간발표 이후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날 중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추후 이사회·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 교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이 장악한 어도어 이사회가 이에 협조하지 않을 시 법원에 임시주총 허가 신청을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민 대표 해임과 새 경영진 선임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린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서는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K팝의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뉴진스)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역시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진스가 일궈낸 어도어의 작년 매출은 1천103억원에 이른다.
작년 하이브 내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1% 수준이다.
가요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하이브가 시종일관 강조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사 SM이나 JYP도 '센터제' 혹은 '본부제'로 이와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가요계의 하나의 흐름이 됐지만, 회사 내 부서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법인으로 두고 있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이날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아티스트, 구성원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오히려 멀티 레이블 체제 덕분에 문제가 포착됐을 때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멀티 레이블 체제가 갖춰져 있었기에 뉴진스가 큰 인기를 얻었어도 기여도가 10%가량에 그친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다만 이번 일로 제작자들이 앞으로 유사 사례를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하이브, 민희진 치고 뉴진스는 보호 '투트랙'…멀티 레이블 전략 유지될 듯
하이브가 25일 자사회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의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뉴진스의 계약 해지 등을 논의한 물증을 확보하고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하이브가 공개한 대화록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민 대표 측이 기획한 '제2의 피프티 피프티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교체하고, 뉴진스는 보호한다는 '투트랙' 기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민대표 측은 하이브의 중간 감사 결과에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카톡에 담긴 '경영권 탈취' 모의…민희진은 "대박"
25일 하이브가 공개한 어도어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권과 소속 IP(지식재산권) 뉴진스를 빼내려 한 정황이 카카오톡 대화에 담겼다.
A 어도어 부대표는 "이런 방법도 있다"며 ▲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 권리 침해 소송 진행 ▲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 적당한 가격에 매각 ▲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 + 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민 대표가 하이브 측에 약속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을 행사해 현금을 확보한 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와 권리침해소송을 벌여 계약을 해지하는 수순인 셈이다.
어도어에는 현재 뉴진스 한 팀만 소속돼 있어 멤버들이 소송을 통해 빠져나간다면 말 그대로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
민 대표 측은 이후 풋옵션 행사로 확보한 현금에 재무적 투자자를 구해 적당한 가격에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다시 사들이려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민 대표 측은 뉴진스와 어도어 모두를 하이브로부터 빼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민 대표는 이러한 방안에 "대박"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대화록에는 민 대표가 '대박'이라는 단순 호응 이상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협의했는지 등은 나와 있지 않다.
하이브는 그러나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 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민희진)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 피프티 사태 10개월 만에 결국 또 탬퍼링?…뉴진스 선택은
하이브 중간 감사 결과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어도어 경영진 사이에서 '아티스트(뉴진스)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이 논의됐고, 이를 토대로 회사를 '빈 껍데기'로 만들려 했다는 점이다.
어도어의 핵심 자산인 뉴진스를 빼내겠다는 것으로, 멤버들은 2022년 7월 데뷔해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
모회사인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른바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을 시도하겠다는 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 대표는 지난 22일 감사 착수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부모)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혀 멤버들과 그 부모들도 민 대표와 상당 부분 공감을 이룬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민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가 하이브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상의 전략에는 '권리침해소송'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는 불과 10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사회적 파장을 낳은 이른바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는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는 기각됐고, 키나 홀로 복귀한 상태다.
한 가요계 인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결국 탬퍼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민 대표의 성격에서 비롯된 하이브와의 불화와 보상에 대한 그의 불만 등이 이번 사태의 복합적으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가요계는 보고 있다.
뉴진스가 소속사를 떠나려면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받아들여지거나, 어도어가 선제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하이브, 조만간 뉴진스 접촉할 듯…멀티 레이블 체제 앞날은
하이브가 감사에 착수하기 이전부터 증권가와 가요계에서는 어도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이브 역시 이러한 가운데 정보와 제보를 입수하고 내부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날 감사 중간발표 이후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날 중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추후 이사회·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 교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이 장악한 어도어 이사회가 이에 협조하지 않을 시 법원에 임시주총 허가 신청을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민 대표 해임과 새 경영진 선임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린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서는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K팝의 소중한 자산인 아티스트(뉴진스)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역시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진스가 일궈낸 어도어의 작년 매출은 1천103억원에 이른다.
작년 하이브 내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1% 수준이다.
가요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하이브가 시종일관 강조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사 SM이나 JYP도 '센터제' 혹은 '본부제'로 이와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가요계의 하나의 흐름이 됐지만, 회사 내 부서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법인으로 두고 있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이날 "멀티 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아티스트, 구성원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오히려 멀티 레이블 체제 덕분에 문제가 포착됐을 때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멀티 레이블 체제가 갖춰져 있었기에 뉴진스가 큰 인기를 얻었어도 기여도가 10%가량에 그친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다만 이번 일로 제작자들이 앞으로 유사 사례를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