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 "양보는 없다…끝난 뒤 소주잔 기울이는 게 낭만"

전창진 KCC 감독-송영진 kt 감독,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사제 대결'
전 감독 "이젠 제자 아닌 후배…더 공부해서 송 감독 이기겠다"
"승부의 세계에서 사제나 후배는 필요 없습니다. 양보할 마음도 없습니다.

끝나고 나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게 더 낭만 있죠."
'제자' 송영진 수원 kt 감독과 올 시즌 프로농구 왕좌를 두고 '사제 대결'을 펼치게 된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은 2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말하며 멋진 승부를 다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정규리그 5위 KCC의 사령탑으로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정규리그 1위 팀 원주 DB를 손쉽게 제압하고 챔프전에 선착했다. 송영진 감독은 정규리그 3위 kt를 이끌고 4강 PO에서 혈투 끝에 정규리그 2위 창원 LG에 승리했다.

두 감독은 10여년 전 감독과 선수로 마음을 맞춘 사이다.

KCC 전창진 감독은 kt가 부산을 연고로 했던 2009-2010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kt 사령탑을 지냈고, 이 시기에 송영진 감독이 kt 선수로 활약했다.
송영진 감독은 청출어람을 다짐했다.

송 감독은 "선수 시절 감독님과 좋은 추억이 있다.

베테랑 감독님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게 돼 영광스럽다"고 예우하면서도 "승부는 승부다. 꼭 감독님을 넘어 챔피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창진 감독도 송 감독에게 트로피를 양보할 마음이 없다.

"6강 PO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송 감독과 허훈(kt), 나와 허웅(KCC)이 함께 식사했다"는 전 감독은 "송 감독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자는 얘기를 왜 못하냐. 자신이 없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별다른 말이 없었다.

대신 내가 먼저 챔프전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됐다"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전 감독은 "송 감독은 선수 때부터 투철한 정신력이 돋보였다.

늘 연락도 자주 하고, 내 걱정도 해준다"고 한 뒤 "감독으로서는 벤치 매너도 좋고, 냉철하게 경기 운영을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더 노력하고 공부해서 젊은 송 감독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규리그에서는 1∼3라운드를 kt가, 4∼6라운드를 KCC가 가져가며 3승 3패로 팽팽히 맞섰다.

송영진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서 KCC의 모습을 보면 약점이 없어 보인다"며 KCC의 경기력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만 패리스 배스와의 매치업이 국내 선수가 될 거라서, 거기서 파생되는 방향을 잡겠다"고 경기 운영 방향을 밝혔다.

또 "문성곤이 매 게임 3점포 3방 이상씩 넣어주면 좋겠다.

허훈은 항상 자신 있게 하되, 문성곤을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에 허훈은 "문성곤은 항상 챔프전에서 미쳐 있기에, 너무 잘할 것 같다.

반면, 나만 잘할 것 같다"고 답했고, 문성곤은 "하라는 대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감독은 kt에 대해 "배스는 외곽 플레이어고, 하윤기가 골 밑을 수비한다"며 "우리는 1옵션 라건아의 페인트존 득점이 원활하게 되면 외곽까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한 뒤 "그 이상으로 구상한 건 나중에 코트에서 보여주겠다"고 패를 숨겼다.

전 감독은 4강 PO 5경기에서 평균 9.2점에 그친 허훈을 '놔두겠다'며 도발이 섞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 감독은 "배스는 몸놀림이 빠르고 드리블이 좋아 막기 까다롭다"고 한 뒤 "허훈도 (막기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다.

우리 팀엔 허훈을 막을 선수가 없기 때문에 허훈을 막지 않을 거다. 혼자 50점을 넣으라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