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부터 유소년까지…두 외인 사령탑, '겸직 없이' 한국배구만

배구협회, '겸직 논란' 세사르 전 감독 의식해 남녀 모두 전임 사령탑으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전 감독을 코치로 보좌해 한국 여자배구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세사르 곤살레스는 한국 여자배구 지휘봉을 잡은 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승점을 단 1도 얻지 못하는 등 연전연패한 성적도 문제였지만, 한국 배구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언행이 더 큰 논란을 빚었다.

튀르키예 여자배구 바키프방크 코치직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느라 한국 여자배구에만 전념하지 못했고, 대표팀 선수 차출을 놓고는 V리그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다.

이를 의식했는지, 대한배구협회가 지난달 동시에 선임한 새 사령탑 이사나예 라미레스(40·브라질) 남자 대표팀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 감독은 오로지 한국 배구 대표팀에만 전념한다.
면접 때부터 한국 배구에만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했고, 그 조건에 충족하는 라미레스와 모랄레스 감독이 각각 남녀 대표팀을 맡는다.

배구 국제대회가 1년 내내 있는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소집 기간을 피해 클럽팀 감독을 겸임하고는 한다.

이 경우 중요한 건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 놓는 것이다. 설령 감독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그 철학에 맞게 선수들이 각자 경기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세사르 전 감독은 이 부분을 놓쳤고, 그가 클럽팀을 지휘하기 위해 한국을 떠난 시간은 그대로 공백으로 남고 말았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을 맡아 세대교체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모랄레스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자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거친 팀에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든 것도 관계를 잘 형성한 덕이다.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세대교체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도전 정신을 불러오는 과제"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모랄레스 감독은 V리그 구단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이 잘 운영되려면 프로 구단과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 오자마자 정관장 구단이 인도네시아 초청 경기에 가도 되겠냐고 하더라. 그걸로 의사소통을 시작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각 구단 감독들을 진천선수촌에 모시고 참관 훈련을 할 것이다.

그날을 활용해서 감독님들과 빠르게 친해져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인 대표팀만 관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소년 배구까지 살펴볼 계획도 있다.

모랄레스 감독은 "미래 인재 육성에도 관심이 크다.

한국 배구 위상을 위해서라면, 어린 선수와 훈련도 해야 한다.

연령별 대표팀과 교류하고 친선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라미레스 남자 대표팀 감독도 한국 배구 미래를 위해 대표팀 소집 기간이 아닐 때는 유소년 배구를 볼 것이라고 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서 유소년 대표팀 경기 보는 것도 임무다.

최준혁(인하대), 이우진(이탈리아 베로 발리 몬차)을 이번 대표팀에 선발한 것도 미래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레인과 파키스탄 등 아시아 대표팀을 맡아 세대교체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그는 "어린 선수를 선발한다면 세대교체를 가속할 수 있다.

성인 대표팀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과 소통해야 한다. 바레인 감독할 때도 이런 역할을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