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경쟁사에 인수 제안…원자재 공룡 탄생하나

사진=REUTERS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 그룹이 경쟁사 앵글로 아메리칸에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 앵글로 아메리칸이 보유한 구리 광산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두 거대 기업이 합병할 경우 광산업계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앵글로 아메리칸 이사회는 BHP 그룹으로부터 인수합병을 제안받았다고 발표했다. 앵글로 아메리칸 이사회는 BHP 그룹은 앵글로 아메리칸이 보유한 자회사인 남아프리카 플래티넘과 남아공의 쿰바 철광석을 분리 매각을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밝혔다.시장에선 앵글로 아메리칸의 기업가치를 426억달러로 평가했다. 24일 기준 시가총액인 340억달러에 28%가량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값이다.

BHP가 앵글로 아메리칸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엔 구리 광산이 있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구리 주요 산지인 남미에서 대규모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남미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앵글로를 인수한다는 설명이다. BHP는 앞서 지난해 5월 호주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오즈 미네랄즈를 약 64억달러에 인수했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인공지능(AI) 열풍 덕에 구리 배선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전기차에 대량으로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라서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한 곳에서 1메가와트(MW)의 전력을 공급할 때 27t 규모의 구리가 필요하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리 배선량은 내연기관 차의 3.8배에 달한다.시장에서는 BHP그룹과 앵글로 아메리칸이 합병할 경우 광산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BHP의 구리 생산량은 약 120만t을 기록했다. 앵글로 아메리칸의 생산량(82만 6000t)을 합치면 세계 구리 공급량의 10%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라페미나는 블룸버그에 "구리 시장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BHP는 적당한 시점에 적합한 인수를 추진하는 셈이다"라며 "다만 각국이 구리를 핵심 광물로 여기고 있어 반독점 규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