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찍기 좋아요" 중국인도 반했다…요즘 뜨는 동네 [신현보의 딥데이터]

한남동 단기 체류 외국인 전년比 33%↑
시간당 외국인 유동인구 74% 수준 회복
이색 프리미엄 편집숍·가성비 음식점 인기
사진=신현보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외국인 MZ(밀레니얼+Z)세대가 다시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70% 넘게 회복한 수준이다. 이색 프리미엄 편집숍이 골목 곳곳에 위치하면서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외국인들 발길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시 한남동 찾는 외국인들

25일 한경닷컴이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 생활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한남동의 시간당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한 125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전인 2019년 3월 수치와 비교하면 약 74% 수준이다.생활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계한 인구 데이터로 유동 인구를 파악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단기 체류의 기준은 90일 미만으로 방한하는 경우다.

세부적으로 중국인은 358명, 중국인 외 외국인은 900명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30%, 14% 증가했다. 중국인 외 외국인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하면 60%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고, 중국인은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내국인은 감소세지만, 외국인이 늘면서 상권이 활력을 찾을 조짐이 보인다.
한남동 내국인 유동 인구 수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한남동 단기 체류 외국인 유동 인구 수는 회복되는 추이를 보인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다른 외국인 밀집 지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외국인들이 몰리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소셜 언급량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MZ들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셜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남동의 인스타그램 언급량은 매월 6000~8000건 사이를 오갔으나 지난 3월부터 1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남동' 언급량이 지난 3월부터 1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통상 매월 6000~8000건 사이를 오갔다. /출처=썸트렌드
사진=신현보 기자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낮에 이곳은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유독 락피쉬웨더웨어, 이피티(EPT), 에미스(EMIS) 등 편집숍은 외국인들로 붐볐다. EPT와 락피쉬웨더웨어는 순번을 기다리는 외국인들로 대기줄이 매장밖으로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남동 편집숍은 프리미엄 느낌도 있으면서 성수동이나 강남에서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한 중국인 관광객은 "언덕에 있는 정제된 홍대 같은 인상"이라며 "편집숍이나 음식점 말고도 볼거리도 많고, 거리 자체가 사진이 좀 잘 나온다. 어떤 구간은 프랑스 같다는 인상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편집샵 앞에서 쇼핑백을 들고 친구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기자가 찾은 이날은 휴무였으나 통상 마르디 메크리드1도 한남동에서 빠지지 않고 들러야 할 '핫플'로 꼽힌다. 중국의 네이버격인 바이두 등 중국 플랫폼에서 중국인들은 이러한 한남동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강남보다 오히려 가성비 좋다"

사진=신현보 기자
출처=CBRE 코리아
실제 이곳의 음식점이나 카페는 고가보단 중고가에 형성된 곳이 많은 듯한 인상이었다. 한국부동산원과 글로벌 종합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코리아 집계 자료에 따르면 실제 한남동 일대 임대료는 명동이나 강남 등 주요 상권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또 한남동의 지난해 3분기 공실율은 0%를 기록했다.

오히려 비교적 한산하면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나 분위기가 강남 등 다른 도심보다 좋아 이곳을 종종 찾는다는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30대 김모씨는 "처음 친구가 만나자고 해서 이곳을 찾았을 때는 부촌 이미지 때문에 물가가 두려웠는데 오히려 강남이나 을지로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느낌도 든다"면서 "서울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한남동을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를 만난 양식 음식점은 한국인 손님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해당 식당의 피자와 파스타는 각각 2만원 초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한남동 한 카페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린 모습. /사진=신현보 기자
CBRE코리아는 지난 1월 '2024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MZ세대가 선호하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갖추고 인근 고급 주거지의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한남동 상권도 높은 성장이 관찰되고 있다"며 "대로변뿐만 아니라 골목길에도 다양한 잡화 및 여성복 브랜드가 연달아 오픈하고 있으며, 리움 미술관·블루스퀘어·현대카드 스토리지 등 미술 전시 공간도 갖추고 있어 예술과 문화·쇼핑의 비중이 높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다만 현재 흐름이 회복세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지표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웬만한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늘었을 것"이라면서 "회복 추세에 대해선 한남동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