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러브 안 됩니다"…MLB 투수, 성조기 붙이고 나왔다가 제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왼손 투수 루크 리틀(23)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직전에 심판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글러브를 보여줬다.

혹시라도 금지된 이물질 같은 것이 묻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성(姓)과 달리 203㎝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리틀은 글러브를 교체해야 한다는 심판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 패치 때문이다.

리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홈경기에 팀이 4-2로 앞서가던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려다가 심판에게 제지당했다.
성조기에 있는 흰색 줄무늬가 타자 눈을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LB 경기에서는 야구공과 비슷한 색을 글러브에 쓰는 걸 금지한다.

컵스 직원은 클럽하우스로 달려가 부랴부랴 리틀의 다른 글러브를 가져왔으나 거기에서도 성조기가 붙어 있었다. 결국 깨끗한 글러브를 전달받은 리틀은 요르단 알바레스를 내야 땅볼, 카일 터커를 삼진으로 요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프로 무대에서 똑같은 글러브를 쓰면서 한 번도 제지당한 적이 없었다는 리틀은 경기 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새 글러브가 딱딱해서) 그걸 구부리려고 애먹었다.

경기 중 글러브를 끼는 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타자 눈을 현혹하려고 성조기를 글러브에 붙인 건 결코 아니다.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에서 붙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리틀은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SNS에 "미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문구와 함께 프로레슬링 선수 헐크 호건이 대형 성조기를 배경으로 성조기를 새긴 기타를 치는 장면을 게재했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은 "투수용 글러브에 흰색을 넣지 않는 건 엄격하게 지켜진다. 분명히 성조기에는 타자를 방해할 요소가 있다"고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