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 3주기…영롱함 넘어 다양한 물방울의 세계

갤러리현대 개인전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난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3주기를 맞아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김 화백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물방울 그림의 시작은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어려운 형편 탓에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김 화백은 어느 날 아침 재활용하기 위해 물을 뿌려뒀던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을 발견했다.

"캔버스를 뒤집어놓고 직접 물방울을 뿌려 보았어. 꺼칠꺼칠한 마대에 매달린 크고 작은 물방울의 무리들, 그것은 충분히 조형적 화면이 성립되고도 남질 않겠어. 여기서 보여진 물방울의 개념, 그것은 하나의 점이면서도 그 질감은 어떤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새로움의 발견이었어. 점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감도라 할까. 기적으로 느껴졌어."('공간' 1976년 6월호)
이렇게 발견한 물방울은 이후 50년간 김 화백의 평생 화두가 됐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영롱한 물방울 묘사에서 시작했지만 단지 영롱함을 표현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았다. 이후 물방울은 맺혀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화면 표면에서 흐르고 흡수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때로는 끈적한 점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극사실적인 것 같지만 중력을 거슬러 흘러내리지 않고 맺혀 있는 물방울의 모습은 동시에 초현실주의적인 것이기도 하다.
물방울과 문자를 결합한 '회귀'(Recurrence)' 시리즈에서도 끊임없는 변주를 시도했다. 작가는 1975년 신문 위에 물방울을 그린 것에서 시작해 이후 천자문과 도덕경 등 한자 위에 물방울을 결합했다.

물방울은 글자를 확대하기도, 가리기도, 지워내기도 한다.

글자 표현에서도 글자 위에 색을 칠한 뒤 글자 부분만 뜯어내거나 글자 부분만 비워놓고 색을 칠하는 등 여러 기법을 실험했다.

'영롱함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마대 위 물방울이 처음 등장하는 1973년작부터 말년인 2010년 작품까지 작업의 변화 양상을 살필 수 있는 38점이 소개된다.

전시작에는 미술품 컬렉터(수집가)로도 유명한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품도 한 점 포함됐다. 전시는 6월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