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2024년 주주총회가 남긴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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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총, 밸류업과 맞물려2024년 주주총회도 거의 마무리됐다. 12월 결산법인의 80%가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탓에 주주들이 안건을 자세히 살펴보고 주총에 참석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이 여전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온라인으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전자주총 도입은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지만 일러야 2026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이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으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상장사들이 정관을 개정해야 실제로 도입할 수 있어서다.
주주환원책과 임원보수 주목
자사주 소각·배당 늘었지만
일반주주 권리 보완점 적지 않아
행동주의 활동 늘어난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위한 협업 이어져야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올해 주총에서는 밸류업과 맞물려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 및 임원 보수와 관련된 안건들이 주목받았다. 논란의 대상이 돼온 자사주 소각의 경우 2023년 이후 66개 회사가 자사주를 부분적이라도 소각해 진전을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배당도 분기 혹은 중간 배당을 실시하기로 한 기업 수가 92개 늘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살펴보면 반대 권고 비율이 공통적으로 높은 안건은 정관 변경이다. 주로 전환주식 및 사채, 신주인수권 발행 한도 확대와 같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일반 주주의 주주권을 희석할 가능성이 높은 안건에 집중돼 있다. 실제 주총에서는 대부분 기업이 지배주주와 우호 주주의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까닭에 안건이 거의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일반 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특징은 전년도에 이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했다는 데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에는 소수의 주주가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전체 주주의 공평한 취급을 요구하거나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추구하기 위한 모든 행동이 포함된다. 주주행동주의는 소수 지분을 가지고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경영진에 대한 주주 관여와 주총에 안건을 상정해 기업의 변화와 가치 제고를 추구한다. 경영진의 동의 없이 절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적대적 인수합병과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상정한 안건 대부분은 부결됐으나 부분적으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JB금융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KCGI는 각각 태광과 DB하이텍을 대상으로 한 주주 관여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책 발표 등을 이끌었다. 차파트너스가 금호석유화학을 대상으로 상정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으나 이후 3년간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기로 한 결정을 유도했다.주주행동주의가 갈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밸류업을 추진하면서 성공 사례로 주목하는 일본의 경우 2012년 아베 신조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외국계 펀드들의 자국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은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소유 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애로 사항은 경영진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주총에서는 지배주주의 뜻대로 안건이 가결될 것이므로 굳이 이들을 상대할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일반 주주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렇게 대해야 할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5%룰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자본시장법령상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은 주주들의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정당한 주주 관여 활동도 지배권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인 행위로 오인될 여지가 크다. 주주권 행사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이를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올해 주총은 거의 끝났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경영진과 주주가 합심해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