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GTX가 '교통혁명' 되기 위한 조건

안정락 건설부동산부 차장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2004년 KTX 개통에 비견되는 대한민국 대중교통 혁명의 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새로운 수도권 교통 혁명이 될 것이라는 GTX 운행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말이었다.GTX는 지하 40∼50m 깊이에서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정차 시간 등을 고려한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101㎞ 수준으로, 일반 지하철보다 2~3배 빠르다. 계획된 A노선부터 F노선까지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까지 길게는 2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짧아질 전망이다.

연계 교통망 확충은 필수

GTX는 교통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심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수도권 외곽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 주택 수요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GTX역 중심의 역세권 개발 등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는 GTX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수도권 ‘교통 격차’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A노선 ‘파주~서울역’ 구간은 올해 말 개통하고, 삼성역을 포함한 전 구간을 2028년까지 개통하겠다고 약속했다. GTX-C노선(양주~수원) 역시 2028년까지, B노선(인천~남양주)은 2030년까지 개통할 계획이다.장밋빛 전망과 달리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GTX가 진정한 교통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빠르고 편리한 연계 교통망 확충이 필수다. GTX는 배차 시간이 긴 편이고, 지하 깊숙이 건설돼 플랫폼까지 진입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출퇴근 시간 같은 혼잡한 상황에서는 환승 등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모세혈관 같은 연계 교통체계를 갈 갖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2기 GTX '실효성' 잘 따져야

2기 GTX 사업으로 불리는 D·E·F노선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D·E·F노선은 윤 대통령 임기 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전체 노선을 반영하고 구간별 순차 개통을 예고했다.

다만 D·E·F노선은 기존 선로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롭게 선로를 깔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문제 등이 부각되고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변 인프라 개발, 일자리 창출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동서로 가르는 D노선을 제외하면 E·F노선은 이용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 사이에서는 이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사업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GTX 사업에 13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비 30조원에 민간투자와 지방비에서 각각 75조2000억원, 13조6000억원을 충당한다. 공공기관 재원 등도 활용한다. D·E·F노선 사업은 민간투자 유치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화려한 계획보다는 꼼꼼한 사업 검토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