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급속 냉각'…스태그플래이션 우려 확대

1분기 GDP 증가율 1.6% 기록
전망치 2.4% 크게 밑돌아
물가 상승세 계속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장기간 고금리 정책을 유지한 탓에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며 소비가 둔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미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3.4%)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것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이 집계한 전문가 예측치(2.4%)보다도 크게 밑돌았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공개될 잠정치와 확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미국 경제가 지난해 1분기(1.1%)에 이어 1년 만에 1%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높은 금리 수준 탓에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냉각한 이유로 가계 소비 둔화를 꼽았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소비지출은 연율 2.5% 증가하며 작년 4분기 증가율(3.3%)에서 0.8%포인트 감소했다. 월가 전망치(3%)에도 못 미쳤다. 이 중 TV, PC 등 내구재 소비는 올해 1분기 2.1% 감소했다.

미 상무부는 25일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작년 4분기에 비해 감소한 건 주로 소비자 지출과 수출, 지방 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출이 둔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자동차와 에너지 등 부문을 중심으로 쪼그라들었다. 앨리스 젱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높은 이자율로 향후 기업 투자가 감소하게 되면 경제 성장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당초 시장에선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강하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7%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8%를 기록하며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 노동 시장도 견조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금리에 민감한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연 7%를 유지하며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다.

반면 물가 상승세는 계속 가팔라지는 형국이다. 이날 미 상무부는 올해 1분기 GDP 물가지수가 연율 3.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다우존스의 예측치인 3%를 웃도는 수준이다. GDP 물가지수는 국내총생산에 포함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연율로 나타낸 지표다.미 투자은행(IB) 웰스파고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사미르 사마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는 다시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자 채권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5%포인트 급등해 연 4.706%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6% 상승한 연 4.995%를 찍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100 선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 하락했고, S&P500 선물 지수도 1.24% 급락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