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인상 코앞인데, 바닥 보이는 예산…멀어진 ‘물가정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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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그리고 1,700원. 작은 돈이지만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이슈가 된 금액입니다. 바로 환율과 휘발유값입니다.고유가와 고환율 속에, 총선 끝나자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지면서, 정부의 '3월 물가 정점론'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경제부 김채영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오늘 맥도날드하고 피자헛도 가격을 올렸던데, 먹거리 물가 심상치 않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죠?
네, 이상기후로 과일에 이어 채소 작황도 안 좋아지며 최근에는 배추와 양배추 값이 급등했고 참외 등 일부 과일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올해 1분기 생활필수품도 대부분 가격이 올랐는데요. 특히 설탕, 아이스크림, 케첩, 기저귀, 된장 등의 오름세가 가장 가팔랐습니다.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식품·생필품업계를 압박하는 등 물가안정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요 원재료 국제가격 인상에 따른 가격 오름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수입물가도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를 압박하고 있어 4월 물가도 2%대 안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총선도 끝났으니 공공요금이 오를 것이란 얘기가 있는데, 유가와 환율이 뛰었으니 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네요.
네, 식품 가격만큼 소비자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바로 에너지인데요. 에너지 관련 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이 포함된 에너지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달부터 국제유가는 연일 급등세고,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간 원·달러 환율도 지난 16일 장중 한 때 1,400원선을 넘어서며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올해 초부터 요금인상을 억눌러 둔 전기·가스·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이 넘고,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은 15조원을 넘어 요금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승석 /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여지긴 합니다. 공기업들의 재무 구조도 탄탄하게 유지가 되어야 공공요금에 대한 가격도 안정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인데… 0.2~0.3%포인트 정도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그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특히 여름철을 앞두고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사용량이 줄어들고, 봄철 전기 사용량이 적은 만큼 요금 조정을 논의하기 적절한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정부의 전망, 아니 주장인가요? 무색해졌습니다. 내놓은 물가 대책들도 큰 효과는 없지 않습니까?
네, 우선 정부는 3월 3.1%를 기록한 물가가 연중 고점이라고 보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되는 ‘물가 정점론’을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이 같은 조짐이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부의 긴급가격안정자금 투입 등으로 농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흐름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죠.
지난달에는 사과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문제는 이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취재해 본 결과, 4월 10일 기준으로 납품단가 지원 예산의 70%가 집행됐습니다. 지난달 18일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서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농식품부는 자금을 빠르게 집행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예산을 계속 보충해나가겠단 입장입니다, 현재 기재부와 함께 추가 예산 편성을 논의 중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지원을 ‘무제한·무기한 연장하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또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가 이어지자 이날 정부는 배추, 당근, 마른김 등 7종에 대해서는 5월 중 0%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급한대로, 수입 물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방법도 필요해 보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상승 속도는 조금 더디게 할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어떤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까?
정부가 직접적으로 재정을 들여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나 야당에서 제기하는 민생안정용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의 긴급안정자금은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건데요. 야당의 추경 주장과 관련해선 재정을 악화 우려와 물가를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최철 /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 무제한적으로 할 수는 없죠. 과연 일회성으로 소액의 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얼마나 해결될지… 공급이 잘 안 되는 농산물 품목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좀 더 재배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그것을 유도하는 방안도 좋겠다.]
결국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으로만 틀어막는 것은 한계가 있고, 에너지원에 대한 수입산을 다변화하거나 안정성이 검증되는 품목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수입 확대를 허용하는 등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채영 기자였습니다.
김채영기자 chae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