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만난 시진핑 "美, 중국의 적 아닌 파트너"

블링컨 "美·中 AI 회담 개최 합의"
대만 문제·우크라 전쟁 등 논의
北도발·中 과잉생산에 우려 표명
< 10개월 만에…베이징서 재회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과 별도 회담을 한 건 지난해 5월 베이징 방문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A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공식 회담을 조만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AI를 비롯한 대만 및 러시아 북한 문제, 펜타닐 대응, 미·중 군사 관계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AI와 관련된 첫 미·중 회담을 향후 몇 주 내에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며 “첨단 AI를 둘러싼 위험과 안전 우려 및 이를 다룰 최선의 방법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중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對)러시아 지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북한의 도발 중단을 압박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전기차·배터리 등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이들 제품 세계 수요의 100% 이상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경쟁을 해치고, 전 세계 가계와 사업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왕 장관과 양자 회담을 한 데 이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작년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중 사이에 풀어야 할 이슈가 많다”며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감이 있고 개방적이며 번영하는 미국을 보는 것이 기쁘다”면서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이날 면담 사진을 보면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테이블에는 블링컨 장관 일행, 맞은편에는 왕 장관 등 중국 측 인사들이 앉아있다. 시 주석이 상석에서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구도로 회동한 것이다.

아울러 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중 갈등 국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면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미·중 관계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양국 정상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이 다음달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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