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군을 방심하게 만든 '낫아웃' LG 신민재의 '돌아선 뒷모습'

낫아웃 실책 유도해 역전 발판…결정적인 2득점 활약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투수 제임스 네일의 스위퍼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순간, 신민재(LG 트윈스)는 삼진을 예감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어떻게든 커트라도 해야 했지만, 워낙 좋은 공이 들어와서 손도 못 내봤다.

이때 변수가 생겼다.

KIA 포수 김태군이 이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놓친 것이다. 1사 2루 상황이라 신민재를 잡으려면 KIA 포수는 공으로 타자를 태그하거나, 1루에 송구해야 한다.

신민재는 처음부터 뛰는 동작을 하는 대신, 혼신의 연기로 김태군의 방심을 유도했다.

신민재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에서 7-6으로 역전승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포수가 공을 놓치면 저를 찍으러 와야 하는데 투수 쪽으로 걸어가더라. 그래서 뒤로 돌아서 뛰었는데 상대 포수가 투수에게 던졌다가 투수가 다시 1루에 던져서 살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발생한 건 LG가 1-5로 끌려가던 5회 1사 2루다.

아웃당했어야 할 신민재가 1루에 살아 나가자 네일은 급격히 흔들려 후속 타자 홍창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그리고 박해민으로부터 2루수 정면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불규칙 바운드로 타구가 갑자기 솟구치면서 2타점 안타가 되고 말았다. 신민재의 낫아웃 실책 유도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점수를 만든 것이다.

당시 상황을 두고 신민재는 "처음부터 1루로 뛰는 게 보였으면 (포수가) 바로 1루에 던질 것 같아서 뒤로 돌아서 뛰었다"며 '혼신의 연기'를 돌아봤다.

LG가 5회 3점을 추격해 4-5까지 점수 차를 좁힌 뒤 KIA가 6회 1점을 추가해 4-6으로 다시 점수가 벌어진 상황에서 또 신민재의 발이 빛났다.

6회 1사 1, 2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신민재는 KIA 전상현을 공략해 중견수 앞 안타를 때렸다.

이때 KIA 중견수가 공을 더듬으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점수는 5-6이 됐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박해민의 우익수 앞 적시타가 터졌다.

2루에 있던 박동원은 홈을 밟았고, 타자 주자 박해민은 박동원이 편하게 홈으로 들어오는 걸 도와주기 위해 1루를 거쳐 2루로 뛰기 시작했다.

이때 3루에 도착한 신민재는 KIA 내야진이 방심한 틈을 타 과감하게 홈까지 뛰었고, 포수 김태군과 충돌 끝에 세이프 판정을 받아 7-6으로 역전하는 결승 득점을 챙겼다.

신민재는 "KIA 2루수가 어디로 송구하는지 보려고 했는데 (박)해민이 형이 이미 (2루로) 가고 있더라. 그래서 그 순간 홈에서 승부가 되겠다 싶어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민재는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신민재는 "최근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이 타구를 왼쪽으로 보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요즘 그쪽으로 치려고 했고, 계속하다 보니 결과가 괜찮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