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17년을 병에 시달려… 건강 검진은 무조건 빨리, 자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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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아티아
건강수명, 기대수명보다 17년 짧아
질병 사후 대처에서 사전 예방으로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이자 노화 및 만성 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는 "죽음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100여년 전만 해도 기대수명은 50세가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사고나 부상, 감염 등 '빠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대다수가 '느린' 원인으로 죽는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길어진 반면, 심장병이나 암, 치매, 당뇨 등 만성 질환과 함께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느린 죽음'이 만연해졌단 설명이다.

아티아 박사는 질병과 노화를 바라보는 현대 의학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현대 의학은 질병 진단 후 치료라는 사후 대처법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티아는 의학이 병에 걸리거나 인지·신체 기능이 이미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사전 대응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에 걸린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건강수명과 장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4대 만성 질환인 심장병·암·치매·당뇨 등에 대비를 시작하는 나이는 중년도 결코 빠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병들은 우리가 알아차리기 훨씬 이전에 징후가 시작돼 보이지 않게 누적되다가 발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면, 이 병은 심장동맥 안에서 20년 동안 진행돼왔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고 건강해 보이는 20~30대 아니 10대부터 예방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운동·영양·수면·정서 건강 등 생활습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건강한 식단을 다루는 영양에 관한 설명이다. 저자는 모두가 따라야 하는 정답과 같은 식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먹느냐' 즉 얼마나 많은 열량을 섭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각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섭식 패턴을 찾아내 정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각 영양소 별 건강한 섭취량을 알려준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선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700쪽이 넘는 책장을 넘길 만하다. 병에 걸린 뒤 수동적으로 병원에 치료를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전에 병의 원인부터 잘라내는 것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좁히는 핵심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