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2조 담은 개미들…호실적에 기대도 될까

환율 급등에서 시작돼 ASML·TSMC까지 이어진 악재
외국인, 반도체 빅2 1.7조 팔아치워
SK하이닉스 낸드 부문 ‘깜짝 흑자’…“AI 피크아웃 논란도 이르다”
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다. 외국인들이 환율 급등에 쏟아낸 매물들을 받아내고 있다. 두 종목은 1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터여서 개인들의 투자성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전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2437억원과 7268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995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897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8.84%, SK하이닉스는 8.96%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찬물 끼얹은 ASML·TSMC 실적발표

외국인의 매도 배경은 환율 급등과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에 대한 실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1일의 달러당 1319.3원을 저점으로 이달 16일 1394.5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의 약화와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때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까지는 환율 상승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순매수를 이어왔지만,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15일에도 환율이 치솟자 순매도로 전환했다.

환율이 진정된 뒤에는 반도체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리는 ASML과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 등의 우울한 발표가 문제였다. ASML은 지난 1분기 신규 수주액이 36억유로로, 전망치(54억유로)를 33.3% 밑돌았다. TSMC는 1분기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지만,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96억~204억달러로 하향하며 IT기기 수요 둔화를 언급했다. 이러한 발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사진=AFP
또 인공지능(AI) 연산용 반도체 장비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잠정실적을 발표하지 않기로 한 점도 외국인들의 심리를 눌렀다. 이 영향으로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I 테마의 대장주격인 엔비디아는 10% 넘게 급락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차례 랠리를 펼친 뒤 가격이 하락한 만큼 당분간 힘을 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다음달 월간 전망의 유망업종군에서 반도체를 제외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범용 메모리 시황 회복 중인 데다, AI 피크아웃 논하기도 일러”

증권가에선 반도체 산업 전문가를 중심으로 주요 반도체업체의 실적 발표 관련 이슈로 인한 반도체섹터의 주가 조정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ASML·TSMC·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실적 관련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산업 확대 수혜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주 주가가 각각 높아진 상황에서 차익실현과 불안감을 유발시킬 만한 이벤트였다”면서도 “AI 수요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으로 단정짓기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TSMC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 둔화를 지적하면서도, AI 산업계로 공급되는 첨단패키지공정(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재확인했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상승 여력에 초점을 둘 때”라고 판단했다. 올해부터 DDR5를 비롯한 스페셜티 D램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전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는 낸드플래시 부문이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낸드플래시 부문은 업황 개선 속도가 느려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봤지만, 가격을 30% 이상 인상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전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컨센서스(2조2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앞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도 6조6000억원으로 컨센서스(5조4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