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술"…알코올 없는데 마시면 '알딸딸' 인기 폭발 [이슈+]

영국서 개발된 '센티아'
알코올 대신 식물 성분 활용

해외의 "웰빙 천연 술" 반응과 달리
국내선 음주 운전 사각지대 우려
식약처 "국내 반입 금지 대상 등록"
한 해외 유튜버가 센티아 술을 마시고 10분 후 취기가 올라온다고 설명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Evening Standard' 캡처
"한약재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알코올이 없어 향 맡기가 편한데, 녹용 먹는 느낌도 나고…"

주류를 다루는 국내의 한 유튜버가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술을 '센티아'를 시음하며 이같이 말했다. 센티아를 시음해 본 유튜버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몽롱하다", "알딸딸한 느낌이 있다" 등의 반응이 있는가 하면 "딱히 취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센티아는 영국에서 개발된 음료로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았지만 마시면 취하는 술로 알려졌다. 이달 초 국내에 개발·판매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애주가들의 이목이 쏠렸다.
알코올이 없는 대체 술 '센티아.' /사진=식약처 제공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주류업체 '센티아스피릿'은 최근 제품 센티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센티아는 데이비드 넛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신경정신약리학과 교수가 2021년에 개발한 일종의 '대체 술'이다.

알코올 대신 여러 식물 성분을 조합해 중추신경계의 '가바(GABA)'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가바는 일반 술에 취할 때 자극되는 뇌세포 중 하나다.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지만 뇌가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반응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배합 비율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성분 내역을 보면 각종 식물 성분과 한약재가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목련·오렌지 껍질·인삼·로즈마리·나이지리아 생강·쑥 등 12가지 재료가 포함돼있다. 후박나무·감초·산사·진교 등의 한약재도 있다.

애주가 입장에선 숙취가 없다는 점이 이 술의 최대 장점이다. 외신을 통한 넛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센티아를 마셔도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등의 숙취가 없다. 이어 와인 한 잔 가량의 센티아를 마셨을 때 술기운을 느끼는 지속 시간은 45분가량으로, 1시간 이내에 취기가 가신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500ml 기준 29.5파운드(약 5만원), 200ml 기준 16파운드(약 2만7000원)다.
(좌측부터) 건강 트렌드에 맞춰 무 알코올, 글루텐 프리 등의 문구로 홍보하는 센티아 판매 페이지와 센티아 구매자의 후기. /사진=아마존 캡처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 상거래 사이트의 후기를 살펴보면 해외에선 '참신한 발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알코올 섭취가 어려운 이들도 술을 즐길 수 있다는 평가다. 판매 페이지에서도 '글루텐·알코올·카페인 프리', '비건', '저칼로리(열량)' 등의 문구로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아마존을 통해 센티아를 구매한 한 영국인은 리뷰를 통해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효과적이고 즐거운 방법"이라며 "과거에는 매일 와인을 마셨는데, 이젠 (센티아) 한 잔이면 된다"며 이 술을 '일상의 즐거움'에 빗대어 설명했다.

다만 국내 반응은 사뭇 달랐다. '알코올 없이 취하는 술'의 위험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국내에선 제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실제로 센티아를 마신 뒤 음주측정기로 검사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로 나온다. 경찰청도 "약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주류를 '해외직구 위해 식품'으로 지정했다. 식약처 해외직구 식품 '올바로'에서 해당 제품을 검색해보면 후박 성분이 검출돼 위해식품으로 지정한다고 안내돼 있다. 한약재가 든 해외 식음료 제품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후박나무의 줄기 껍질인 후박은 소화기 계통에 유익한 약재이지만 오남용할 경우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식약처는 앞서 후박을 함유한 21개 해외 식음료 제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해왔고, 이달 논란이 일자 센티아를 추가로 지정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직구 위해 식품으로 지정되면 직구 사이트에서 한국 주소지 입력으로 구매가 불가하며 관세청에서 제품을 들여올 때 자동 제품 검색이 돼 자동 반송, 폐기 조치가 된다"며 "직구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측도 "여행자가 가져오는 술도 여행자 통관 부서에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