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경제 성장보다 나랏빚 증가가 더 빠른 한국

국가채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2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가 5만원권을 정리하는 모습. /한경DB
우리나라 나랏빚이 1년 만에 60조원 가까이 늘면서 1100조원대로 불어났다. 정부의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59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국가채무를 인구수(5171만3000명)로 나눈 1인당 국가채무는 217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첫 50% 돌파

사실 빚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감당할 수 있느냐’가 재정건전성의 핵심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로 사상 처음 50% 선을 넘어섰다.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를 앞지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나랏빚은 범위를 잡는 기준이 여러 가지다. 정부는 이 통계를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의 세 가지 유형으로 관리한다. 이 중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은 국가채무(D1)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지는 확정채무를 뜻한다. 국채나 차입금처럼 상환 시기와 금액이 확정돼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들로, ‘가장 좁은 범위의 나랏빚’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19년만 해도 723조2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 때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등의 영향으로 2022년에는 1000조원대에 진입, 106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2019년 이전까지는 30%대를 유지해왔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40%대에 진입한 이후 3년 만에 50%대에 올라섰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지표는 일반정부 부채(D2)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이 매년 집계하고 있어 국가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정부부채는 D1에 공공기관 부채까지, 공공부문 부채(D3)는 D2에 공기업 부채까지 더한 값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진 빚은 당장 정부가 갚아줄 의무는 없지만 이들의 재무 상태가 부실해지면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지난해 55.2%를 기록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9년에는 59.4%에 이르러 60%에 육박한다는 전망이다.

국가채무에 안 잡히는 항목도 많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경제 뉴스에서는 ‘가장 넓은 범위의 나랏빚’은 훨씬 많다며 재정 운용을 비판하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념은 국가부채(D4)다. 국가채무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구분되는 개념인데,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비확정 부채까지 포함한다. 비확정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 부채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지급하게 될 돈을 미리 계산한 금액이다. 이들 연금도 정부가 직접 지급하진 않지만 문제가 생기면 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부채는 2439조3000억원으로 국가채무의 두 배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