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파라 인수자금 무사히 마련한 루닛 “양사 시너지로 계단식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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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성 CFO "볼파라는 현금흐름 좋은 기업"의료 인공지능(AI) 루닛이 뉴질랜드 기업 볼파라헬스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자금을 무사히 조달했다. 내달 20일까지 인수금을 납입하고 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향후 CB 상환 계획도 "문제없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대금 2600억원 중 1715억원을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조달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나머지 890억여원은 자체 보유 현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간 시장에서 ‘과연 루닛이 볼파라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30개 기관에서 1700억원의 규모 자금이 무사히 조달됐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투자자들이 루닛의 미래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CFO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약·바이오기업이 CB형태로 가장 많이 조달한 금액은 1000억원 남짓이다. 그는 “상장 주식에 대해 투자할 때는 (기관) 운영 규모가 몇십조씩 되지 않는 이상 수백억원 단위로 투자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하지만 루닛에는 100억원 이상 투자한 곳도 복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과 맞닿아 있다. 뉴질랜드 기업인 볼파라는 유방암 AI검진에 특화된 업체로 미국 유방촬영술 시장 점유율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1억장이 넘는 유방촬영술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루닛은 다음달 3일 뉴질랜드 고등법원으로부터 볼파라 인수 계획안에 대한 2차 승인을 획득한 후, 같은 달 20일까지 인수금을 납입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볼파라를 인수하게 된다.다만 CB는 향후 주가에 따라 상환 이슈가 맞물릴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이에 대해 박 CFO는 두 가지 상환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첫번째로, 루닛이 내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2년 후부터 상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그때쯤 되면 보유한 현금으로 충분히 상환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볼파라의 영업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대출을 받은 다음 상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볼파라는 최근 2~3년간 자금조달을 한 적이 없는 회사인만큼, 회계연도를 고려해 내년 3월 전후로는 현금흐름이 대폭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볼파라의 매출 구조는 병원과 장기 계약을 맺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의 연간 구독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볼파라는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면 현재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루닛에 따르면 볼파라의 영업손실은 2022년 80억원, 2023년 30억원 정도지만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된지는 6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CFO는 “볼파라가 계약구조를 잘 설계해놨기 때문에 연초에 매출대금을 다 수금하고 있다”며 “매출액이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어 내후년에는 영업이익이 몇십억씩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닛이 볼파라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미국 진출을 위한 판매관리비(판관비) 등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에 깔려있는 볼파라 판매채널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볼파라의 제품을 루닛의 판매채널을 활용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출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 CFO는 “볼파라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인수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사업적 재무적 시너지는 꽤나 뚜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루닛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라며 “계단식 성장을 이루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세도 과거의 기록으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