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고 아들 휠체어 미는 엄마 "빛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서평]

장애에 관한 책 4권
"포기하지 않으면 빛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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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는 80억명이다. 대한민국에서도 5000만명 넘는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서로를 모른다. 이럴 때 책은 남들 사는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통로가 된다. 장애인들의 생활도 어깨넘어로 접할 수 있다. 지난 20일 ‘장애의 날’을 즈음 장애를 주제로한 여러 책들이 나왔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휠체어 탄 여자가 인터뷰한 휠체어 탄 여자들’이란 부제를 달았다.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이라 불리는 유튜버 김지우 씨는 자신처럼 휠체어를 타는 여성 6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휠체어를 탔다 뿐이지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전윤선 씨는 자전거 전국 일주도 하던 활동적인 사람이었다.근육병으로 20대에 휠체어를 타게 됐지만 지인들이 인도 여행을 간다는 얘기에 따라나섰다.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니 못 할 게 없다 싶었다. 지금은 장애인들을 여행으로 이끄는 여행 작가로 일한다. 노르딕 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주성희 씨, KBS 첫 여성 장애인 아나운서인 홍서윤 씨, 패션 브랜드 사업가로 변신한 박다온 씨 등의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는 농인 부모님을 둔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자기 어머니의 삶에 관해 썼다. 1950년대에 가족 중 유일한 농인으로 태어난 어머니가 언어를 갖지 못한 채 보낸 유년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농학교 시기, 농학교에서 만난 아버지 고지와 결혼해 주변의 우려 속에서 자신을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여러 인물의 인터뷰와 당대 농인 사회의 현실을 엮어 들려준다.

“집에 돌아오니 평소 내가 얼마나 소리에 둘러싸여 지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도쿄에서의 생활은 정말로 시끄러웠다. 이제는 시끄러운 생활에 제법 익숙해졌을 텐데도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 들어오면 확실히 나는 안심하고 만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작은 한숨이나 눈 깜박이는 소리마저 들릴 듯이 조용한 공간. 이 세계에 들어오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이제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쓴 고경애 씨는 생후 6개월에 원인 불명의 병으로 중증장애가 된 아이를 13년 동안 돌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조용히 쉬고 있어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낮에 혼자 외출을 할 수 있어도, 즐거워지는 그 어떤 행동에도 죄책감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하이힐을 신고 휠체어를 밀다>는 좀 더 희망적이다. 하타케야마 오리에 씨는 23년 전 아들이 중증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오체불만족>을 읽고 힘을 얻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누구나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빛은 분명히 있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