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은 있고, 한동훈은 없었다…총선 결과의 비밀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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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톺아본 국힘 참패 원인 1편. SNS 전쟁국민의힘이 지난 4.10 참패 원인을 분석하면서 각종 세미나를 열고,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 큰 틀에서 정권 심판론을 반전시킬만한 전략이 없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 중에서도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사이버전, 특히 SNS전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민주당 언급량이 약 3배 가까이 국민의힘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셜 언급량, 與 3배…온라인전 버린 與
尹·與·韓 SNS 다 합쳐도 李 계정 하나에 안 돼
민주, 오랫동안 SNS전 공 들여…與 노력 절실
민주당은 의원 평가 기준에도 디지털 역량을 넣는 등 다년간 온라인 전을 준비해온 만큼, 국민의힘이 향후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민주당을 벤치마킹하는 것 이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1년간 민주당 소셜 언급량, 국민의힘의 3배
26일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최근 1년간 민주당(더불어민주당·민주당 키워드)의 소셜 언급량(X·인스타·블로그)은 584만1384건으로 국민의힘(국민의힘·국힘 키워드, 212만4317건)의 2.7배에 달한다. 민주당 언급량은 매달 국민의힘보다 최소 2배, 많게는 4배까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만큼 진보 진영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결집력을 통한 바이럴(입소문)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尹·與·韓 모든 SNS 팔로워 다 합해도
이재명 X 계정 하나에 못 미쳐
선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메시지의 도달율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매체라고 여겨지는 TV, 신문 등에 등장하는 것보다 온라인 전은 더 중요하다. 한 정치 광고 관련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 노력 면에서 효율적이다. 특히 한번 메시지를 전파하면, 지지자와 안티를 불문하고 알아서 메시지가 확산된다"고 설명했다.국민의힘은 이러한 온라인 전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간 셈이었다. 민주당 공식 채널과 민주당 인사들의 SNS 팔로워 수가 현저한 격차를 보이는 탓이다. 예컨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X(옛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X·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 채널 팔로워 수를 다 합친 것보다도 약 20만명이 더 많다.이런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의 SNS 기여도는 제로였다.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 계정은 가지고는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한 전 위원장은 대신 전국 곳곳 시장과 거리를 누비며 '오프라인'에 집중했다. 사실상 '온라인 전'은 버린 셈이다. 그가 국민의힘 인사 중에서는 젊고, 기타와 고양이 등 사진을 올리며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SNS 소재를 과거에 올린 점에 미루어, 온라인 전략을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세상은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사실상 한세상은 버리고 선거를 치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오히려 선거가 끝난 후 게시물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그전까지 그가 올린 가장 최신 글은 2021년에 올린 커버 사진이다.그나마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SNS 활용력이나 영향력이 높은 사람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9만명), 홍준표 대구시장(페이스북 13만명) 정도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나경원 동작을 당선자는 5선 의원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팔로워가 5000명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누구 벤치마킹해야 하나…文·조국 보니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인사로 꼽히는 야권 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의 X 계정 팔로워 수는 현재 약 220만명에 육박한다. 그는 과거부터 정치적인 메시지 말고도 반려견, 반려묘 사진을 비롯한 일상 사진을 자주 올리며 지지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팔로워 수가 공개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했으나, 그는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SNS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과거 법무부 장관 사퇴한 당일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해 '대한민국 법무부 퇴사' 글이 올라오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그의 활동이 과도하다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왔다. 조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SNS에 대파 이미지, 자당 선거 기호 9번이 담긴 선전 등을 매일 같이 올리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문 전 대통령은 퇴임 전 '잊히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고, 조 전 장관 또한 과거 SNS를 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는만큼 이들의 SNS 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SNS 활동의 정치적 효과는 분명하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의 SNS는 퇴임 후에 어떤 글을 올려도 최소 수천, 많게는 수만 건의 '좋아요'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인기몰이'는 퇴임 후에도 그를 제외하고 정치권을 논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 평가에 아예 '디지털' 넣어
이러한 영향력과 중요성을 인식한 듯 민주당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아예 '디지털/언론소통실적' 등을 평가 항목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러한 평가 기준을 공천 평가 기준에서 찾아볼 수 없다.민주당이 얼마나 온라인 활동에 비중을 두는지는 최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올린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조국혁신당 초청 강연 강사로 나선 것을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판이 일자 해명 글을 올렸는데, 그는 의정 활동과 관련한 강의를 했다고 해명하면서 'SNS활동에 충실하라(집단지성의 힘을 빌려라)'라는 소주제를 다뤘다는 사실도 전했다.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나 의원실 차원에서나 얼마나 SNS를 중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盧부터 쏘아올린 공(功)…'웨보크러시' 등한시한 與
시대는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쇼핑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듯, 정치 소비도 마찬가지가 됐다. 트렌드를 좌우하는 입소문은 오프라인이 중심이 아니라 온라인이다. 정치에서 이러한 기류를 읽은 것도 민주당이 빨랐다.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당시 영국 가디언지로부터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웨보크러시'(웹+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민주당은 이후에도 온라인에 큰 공을 들여 오늘과 같은 온라인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는 SNS 결집력이 훨씬 강하다"며 "SNS는 정치에 감성화를 부추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