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 신드롬' 2년 후…ENA 채널 미래는? [김소연의 엔터비즈]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3년 후 ENA 브랜드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 합병법인 출범식에서 윤용필 대표가 KT그룹 시너지로 ENA 채널을 톱티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전하면서 한 말이다.KT는 2022년 11월 1일 그룹 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를 하나의 회사로 묶었다. 사명은 스카이TV로 그대로 했다. ENA를 포함해 채널 12개를 보유한 대형 PP인 스카이TV는 그룹 내 미디어·콘텐츠 관계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드라마·예능을 확대해 약 300개 방송 채널 중 tvN 등 CJ ENM 채널 수준 '톱티어'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스카이TV 리브랜딩 채널 ENA 오픈작이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이 작품을 뛰어넘는 시청률, 화제성의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ENA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나는솔로'(나는SOLO)는 '오리지널'이 아닌 '공동방영'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흥행력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T는 2023년 1월 조직개편까지 감행하며 미디어 부분 사업에 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합병법인 출시 당시 목표였던 ENA 브랜드 4개 채널 이외 8개 채널 인지도·경쟁력 강화와 자체 제작 편성 비율 확대 등의 과제 중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날 선 평가도 있다.KT의 미디어 사업은 제작과 플랫폼을 아우른다. 미디어 밸류 체인에서 기획과 제작은 스튜디오지니, 플랫폼은 스카이라이프를 중심축으로 한다. 스튜디오지니가 기획·제작한 드라마는 우선적으로 스카이TV 채널 편성을 고려하고, ENA 오리지널 콘텐츠를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과 HCN케이블TV방송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제 제작 편수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스튜디오지니 측은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양질의 작품을 내놓는 전략"이라고 했지만, 연결사들의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2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자회사 스카이TV의 실적이 부진했는데, 서비스 매출은 감소하고, 프로그램 사용료 등 일부 비용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성과 케이블TV 가입자 이탈로 스카이라이프 서비스 매출은 감소하고 있고, 콘텐츠 사업 강화로 비용부담이 커졌다"며 "투자비 부담을 고려하여 방송 제작 편수를 줄이는 대신 인기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라인업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 제작비가 들어가는 드라마보다 예능 제작에 집중한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초 부임한 김호상 스카이TV 대표이사 역시 KBS 예능 PD 출신이다. ENA에서는 올해 1분기에만 광희, 이상엽, 김민규, 손동표가 출연하는 '아이엠그라운드', 이은지, 히밥, 랄랄, 엔조이커플, 진용진 등이 나오는 '나도 구독왕', 곽튜브와 빠니보틀, 원지가 이끄는 '지구마블 세계여행2'를 선보인 바 있다.

KT 그룹 내에서는 스카이TV가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를 무조건 사들이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TV는 지난해에만 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스튜디오지니의 작품을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사들여야 한다. 2002년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던 회사가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00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동안, 스튜디오지니 매출은 2022년 1015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2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튜디오지니 매출 대부분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TV방영권 및 OTT 판매라는 점에서 스카이TV을 기반으로 올린 매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스카이TV의 손실은 모회사인 스카이라이프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스카이라이프 연결 매출은 1조256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77.6% 감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TV 지부는 올해 2월 발표한 성명에서 "구성원들 대부분이 우려했던 약탈적 수준의 드라마 방영권료가 결국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 지부 역시 "스카이라이프의 미래로 여겨졌던 20년 자회사 스카이TV에 대한 합리적 운영 방안과 발전 방향에 대해 현명한 판단과 조처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