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다'는 與 총선 백서…'김건희 리스크'도 담길까 [정치 인사이드]

21대 총선 참패 때도 만들었던 백서
'요식 행위' 그치지 않으려면…
"성역 없이", "금기 깨라" 쏟아지는 주문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강은구 기자
22대 총선 대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출범을 계기로 당 정상화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총선 백서 TF는 22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 혁신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마포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정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총 18명의 총선 백서 위원도 선임했다. TF에는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곽규택(부산 서구동구) 당선인과 상규(서울 성북을), 호준석(서울 구로갑), 정승연(인천 연수갑), 김정명(광주 북구갑), 류제화(세종 세종갑), 김종혁(경기 고양병), 박진호(경기 김포갑), 김효은(경기 오산), 김진모(충북 청주서원) 전 후보 등이 참여한다.

이밖에 이윤정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와 이효원 서울시의원, 정진우 케이스탯리서치 이사, 전인영 데이터분석 영성 대표,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 등 각계 전문가와 지방의회의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백서 TF를 향해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

당내에서는 출범하는 백서 TF를 향해 "성역 없이 하라", "금기도 깨라"는 등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 험지에서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은 전날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총선 백서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매우 불편하고 듣기 싫고, 이것이 금기를 깨는 일이라 하더라도 성역 없이 민낯을 드러내고, 처절한 반성과 복기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1대 총선 대패 이후에도 백서가 나왔지만 아무런 영양가가 없었다는 점을 회고하며,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말들도 나온다. 총 208페이지에 달했던 21대 총선 백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및 외연 확장의 실패 △퇴행적 보수 이미지 및 미래 비전 제시 미비 △불공정한 공천 및 사천(私薦) 논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등을 지적했으나, '뼈 아픈' 내부 반성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수준의 피상적인 비판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건희 리스크'는 여권에서 '성역' 또는 '금기'로 통한다는 점에서, '김건희 리스크'의 등장 여부가 주목받는 셈이다. '김건희 리스크'를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한 백서라면, 지난번과 같은 무용한 수준의 백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계가 건재한 상황에서 △대통령 및 여사 책임론 △수직적 당정 관계 등의 문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느냐가 이번 백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당내에서도 이번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 또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모두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 고양병에 출마했다 낙선해, 백서 TF 위원으로 참여하는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이미지를 선거를 치르며 다 봤다.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은데, 그런 이미지가 고착화했다"며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도 힘들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한 백서 TF 위원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를 콕 집어서라기보다 용산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첫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22대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했던 인사는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뿐 아니라 우리가 문제라고 지적해온 것들을 거침없이 다 지적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다 얘기해야 하고, 그것(김건희 여사 문제)을 뺀다면 말 그대로 겉핥기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