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 못 말리는 한예종!

피지컬 시어터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개원 30주년 기념 공연

소설 '프랑켄슈타인' 패러디한 신체극
과감한 무대 구성과 안무가 매력적인 작품

4월 28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못 말리는 학생들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은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는 피지컬 시어터(신체극)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6개의 기념 공연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한예종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합을 맞춘다.공포소설의 시초로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패러디한 공연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체로 만들어낸 피조물이 살아 움직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창조주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 기괴한 생김새 때문에 차별받는 창조물이 느끼는 외로움과 갈등을 공포와 코미디를 뒤섞은 유쾌한 무대로 표현한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과감함이 이 공연의 묘미다. 무대 구성부터 독특한 시도가 돋보인다. 무대는 앞뒤로 둘로 나눴다. 무대 앞쪽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세상, 뒤쪽은 박사가 만들어낸 피조물이 사는 세상이다.

관객은 1부와 2부에 걸쳐 두 무대를 번갈아 관람한다. 1부에서는 반대쪽 무대에서 비명, 천둥소리와 괴상한 울부짖음이 들려오면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2부가 되면서 반대쪽 객석으로 넘어가 1부에서 들은 소리를 단서 삼아 이야기의 퍼즐이 맞추는 재미도 색다르다.음악에서도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클래식부터 댄스 음악, 뮤지컬 넘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에 맞춰 몸짓을 선보인다. SNS에서 유행하는 음악과 춤을 활용한 유머까지 활용하는 도전이 신선하고 반갑다.

음악만큼이나 배우들의 몸짓도 거침없다. 딱딱한 바닥에 몸을 한껏 내던지고, 진짜 썩어 문드러진 시체가 된 듯 관절을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자유자재로 꺾는다. 공중제비를 돌고 화려하고 아크로바틱한 안무까지 펼쳐지면서 무대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피조물이 단조롭지 않고 각기 개성이 드러난다. 장난기 가득한 피조물, 허세 부리는 피조물, 힘을 자랑해 리더로 등극한 피조물까지 다채롭게 묘사한다. 비슷한 의상을 입었음에도 대사 하나 없이 몸짓과 춤만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부여한 안무와 발상이 놀랍다.과감한 만큼 아쉬운 대목도 있다. 무대를 둘로 나누는 구성이 때때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공연 후반부에 단체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인물마다 각기 다른 안무와 연출이 한꺼번에 펼쳐져 다채롭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단점도 젊은 에너지 덕분에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으로 다가오는 공연. 막이 내리면 피조물의 섬뜩하고 광기 어린 표정 뒤에 숨어있던 배우들의 순수한 미소가 관객을 맞는다. 공연은 4월 28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