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수회담 성공, 민주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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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 정치부 부장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처음 발의했다. 당시 19대 국회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1당이어서 법안은 힘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시작된 20대 국회는 달랐다. 민주당이 제1당을 꿰찼고, 2017년에는 집권에도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2020년부터는 180석 ‘슈퍼 여당’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 법안은 국회에서 단 한 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당이 되고 나서야 기다렸다는 듯 법안을 밀어붙였고, 작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한 정략적 노림수라는 평가가 많았다.진짜 궁금한 건 민주당이 대선 공약이었던 이 법안을 정작 여당일 때 뭉갠 이유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선 파업 손배소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 논의가 후순위로 밀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22년 10월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원에게 손배소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민주당, 야당 되니 양곡법 강행
하지만 법을 적용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정과제였던 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여당이 산업 생태계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소극적이다가 야당이 된 후 밀어붙이는 법안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야당이 일부 문구를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 다시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그런 경우다. 쌀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거나 가격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도 2019년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정부 반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쌀 가격이 목표 가격을 밑돌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제마저 폐지했다. ‘쌀의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는 이유였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논리다.
野, 수권 정당의 책임감 보여줘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9일 만난다. 이번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제안했지만, 사실 이 대표가 총선 압승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여야가 모처럼 민생을 위해 협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지도 결국 민주당 손에 달렸다. 관건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 가졌던 일말의 책임감을 떠올릴지 여부다.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법과 한국 농업의 선진화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면 역사적인 영수회담으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반시장적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거부권 행사를 최소화하라고 대통령을 압박하거나 고물가를 걱정한다며 물가를 더 자극할 현금 살포를 거듭 주장한다면 정쟁만 남긴 회담으로 끌날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175석을 가진 민주당의 대여(對與) 투쟁력이 아니라 수권 정당으로서의 책임감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