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강남언니 '흑자전환'…쿠팡式 '계획된 적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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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행진 끝낸 스타트업 25곳당근, 강남언니, 숨고, 에이블리…. 수년간 적자를 내다가 최근 흑자로 전환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대규모 마케팅비를 쓰면서 덩치를 키워 시장을 선점하는 이른바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했다.
대규모 투자로 몸집 불리기
시장선점후 수익 키우기 먹혀
컬리·비바리퍼블리카 등
아직 궤도 못오른 곳도 많아
28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가 2900개 기업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전년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 중 10억원 이상 흑자로 돌아선 곳은 25곳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만성 적자로 사업 지속성을 의심받은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외형 불리기 경쟁에 치중하던 플랫폼들이 투자 혹한기에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성 개선을 시도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 매칭 서비스 숨고를 운영하는 브레이브모바일은 2022년 145억원 적자를 냈다가 지난해 영업이익 53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전망이 불투명한 신사업을 정리하고 궤도에 오른 기존 사업에 집중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은 지역광고 매출 증가로 설립 8년 만에 첫 흑자(173억원)를 기록했다. 미용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의 힐링페이퍼는 일본인 사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영업이익 122억원을 올렸다. 2022년 영업손실이 744억원에 달했던 에이블리는 지난해 32억원의 이익을 냈다.이들 플랫폼은 과거 대규모 투자금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웠다. 시장을 먼저 빠르게 선점한 뒤 수익을 챙기는 계획된 적자 모델이다. 더브이씨 관계자는 “손실을 감수하고 성장을 추구하던 플랫폼들이 이제 수익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라며 “추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고 했다.
이런 계획된 적자 전략을 쓴 대표적인 회사가 쿠팡이다. 유통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물류센터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최근에야 첫 연간 흑자(영업이익 8232억원)를 내며 적자 행진을 마무리했다.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한 스타트업도 많다. 더브이씨가 분석한 2900곳 중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회사는 컬리(1420억원 적자)다. 전년에 비해 적자 규모를 40% 줄였지만 흑자 전환은 하지 못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108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